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국가 SOC와 정치 SOC


최근 정치권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ㆍSocial Overhead Capital)을 마치 혐오시설처럼 폄하하는 분위기라 안타깝다. 효율적인 국가 재정을 위해서는 SOC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SOC는 사람과 물류의 이동시설, 생산과 생활의 필수 에너지인 발전시설, 국민 삶의 근거지가 되는 도시와 주택, 국민의 생명수 공급원인 수자원시설 등 국가와 사회를 지탱해주고 있는 사회기반 시설 전체가 포함된다.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필요한 교통 부문 SOC를 건설하는 데만 146조원을 예상했다. 정치권이 바라보는 SOC와 정부의 SOC정책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도로 등 OECD 절반 못 미쳐 정치권의 SOC에 대한 시각은 주관적이며 한편으로는 절대적 기준을 세워둔 것처럼 보인다. 충분한지의 여부를 비교 대상이 아닌 자기만족 여부로 판단하는 듯하다. 국가 SOC는 객관적이며 상대적 비교로 판단한다.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 도로 보유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보유량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철도 보유량은 동유럽의 5분의1수준에 불과하고, 1년간 교통 체증으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이 23조원을 웃돈다. 상품 판매 원가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두 자리 숫자로 한 자리에 불과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기업들의 부담이 높다. 절대비교에서 만족도는 개인에 따라 달라진다. 경쟁력을 나타내는 상대비교에서는 아직도 공급해야 할 SOC의 양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국가 SOC는 자기만족보다 수요자 만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정치권의 SOC 예산 삭감 주장은 재정 한계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필요한 국가재정을 추가로 확보하기보다 한정된 예산에서 타 부문으로 전용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재정 마련은 크게 세율을 높이는 방법과 수요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용료를 올리는 방법이 있다. 근본적인 방법을 외면하고 납세자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SOC 예산을 삭감하여 복지비로 돌리겠다는 것이 정치권의 논리이다. 늘어나는 복지비를 충당하기 위해 SOC 예산 삭감은 일시적 해결에 도움은 되겠지만 미래에는 상당한 손실이 발생된다. 국가 SOC 예산에는 교통시설도 있지만 서민 주거시설의 공급도 포함돼 있다. SOC 부족으로 산업체에 부담을 지우는 물류비용도 결과적으로는 국내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려 기업은 물론 납세자들의 일거리를 줄여 국민의 생계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출생률이 저하되고 고령인구는 급증해 납세 가능인력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는 현실이다. 정치 SOC든 국가 SOC든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공급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부 정치권에서 SOC 예산 삭감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토건사업'이니 '복지우선'을 내세우는 것은 분명 잘못돼 있다. 필요한 재정 확충 방안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 향상을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동시에 기존 SOC 수준에 만족하는 국민도 없다. 문제의 핵심은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다. SOC 폄하·예산 삭감 안돼 정부가 수립한 SOC 공급 계획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사용료 수준으로는 기존에 공급된 SOC를 유지하는 데도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나라 경제를 마비시킬 뻔했던 전력부족 사태도 정부의 재정 부족이 빚어낸 전력시설의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이었다. 재정 부족 문제가 SOC 폄하나 예산 삭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소득 수준과 함께 국민들의 보편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국가 재정의 확충 방안이나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정치는 물론 사회지도층들이 해야 할 도리이자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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