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윤영관 외교부장관을 경질한 것은 이번 외교통상부 일부 공무원의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폄하 발언 파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참여정부 `외교정책` 노선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북미외교 라인이 대거 물갈이 될 것으로 보여 외교부 업무의 핵심인 대미 외교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경질 배경=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기자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윤 장관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외교부에 가더니 너무 한쪽과만 사이 좋게 지내려 한다는 얘기가 있더라”며 윤 장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이 윤 장관 경질을 오래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일을 방치할 경우 자칫 공직사회 전반에 심각한 기강해이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판단, 이를 사전에 조기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이임식에서 “한국은 국제정치 관계 속에서 국익을 최대한 추구할 수 있는 여지를 찾아야 하는데 정부 일부와 국민,여론 주도층이 그런 인식을 별로 갖지 못한 것 같다”며 “자주외교가 되려면 모두 국제주의자가 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후속인사에 긴장=윤 장관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외교부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하루 전까지 영국 해외출장 계획을 밝히던 윤 장관이 하룻밤 사이에 사퇴를 결심하게 된 데는 청와대의 압박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윤 장관 외에 발언당사자인 조현동 북미 3과장뿐 아니라 직속 상관인 위성락 북미국장도 징계선상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윤 장관 후임자로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반기문 외교보좌관, 한승주 주미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NSC 실무진들과 의사소통이 잘되는 `자주적 색채`가 강한 인물이 전격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이번 사건을 계기로 NSC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종석 사무차장의 역할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주변의 지적이다.
<김민열기자 m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