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네 탓만 하면 공공기관 개혁 물건너간다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 등이 지난 28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책임을 공기업 임직원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요구했다. 정부 정책의 실패가 근본 원인인 만큼 노정 간 정책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과 단체협약에 대한 부당한 개입 중단, 정부의 예산편성지침ㆍ경영평가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현 부총리는 이에 대해 공기업이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국가부채가 위급한 상황인 만큼 강도 높은 개혁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과 복지지출 확대로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600조원에 다가선 공공기관 부채가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노조 측의 말마따나 공공기관 부채 급증에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명박 정권만 해도 재정형편이 넉넉지 않자 수자원공사ㆍ토지주택공사(LH)를 4대강ㆍ보금자리주택 등 공약사업에 동원했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2008년 1조9,000억원에서 올해 14조원대로, LH는 86조원에서 148조원 규모로 불어났다. 에너지 공기업들도 성과 없는 해외자원개발 실적 경쟁에 내몰렸다. 2008년 290조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두 배로 늘어났고 적잖은 공기업들이 빚을 내 이자 갚기에 급급한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부채가 많은 10대 공기업이 향후 5년간 갚아야 할 이자만도 60조원에 이른다니 정책실패의 골이 너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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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부채를 줄이고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으려면 나라의 운영체계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그 첫 걸음은 정부ㆍ여권의 고해성사와 낙하산 파티 종식 선언이어야 한다. 공공기관 임직원만 '파티는 끝났다'며 몰아붙인다면 목표달성은 물 건너간다. 정부는 다음주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뒤 연말까지 빚이 많은 12개 공기업의 부채규모ㆍ발생원인 등을 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현 부총리부터 역대 정부의 정책실패 책임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낙하산 기관장을 양산하며 방만경영을 부추겨온 게 여권인 만큼 청와대도 새롭게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공공기관 개혁의 진정성을 수긍하며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

강력한 노조와 정부의 물러터진 관리감독 아래서 과도한 복리후생을 누리며 '감원 칼바람 사각지대'에 안주해온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정부 탓만 하며 기득권에 집착한다면 인력 구조조정과 시장경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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