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 새 패러다임을 찾아서] 17. 홍콩

홍콩은 날씨와 인구, 자원 면에선 거의 불모의 땅이다. 이러한 이유로 홍콩은 격변에 회오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변해야 했다. 끊임없는 변화와 변신은 홍콩을 이끌어온 힘이었다.홍콩의 증권산업은 지난 87년 10월의 주가대폭락을 계기로 취해진 시장개혁이후 급속히 발전했다. 지난 88년 증권선물위원회(SFC·SECURITIES AND FUTURES COMMISSION) 설립과 국제적 규제기준 도입 등 당시 시장의 규제체제 개선은 주가폭락으로부터 투자자의 신뢰를 대내외적으로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 또 매매와 청산, 결제시스템을 강화해 홍콩시장의 수용능력과 효율성, 위험관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후 국제투자자금의 빠른 이동과 정보통신 기술 변화는 보다 적극적이고 발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세계 5대 증시를 꿈꾸고 있던 홍콩은 지난해에 증권거래소의 변혁을 내세웠다. 싱가포르의 도전을 받으며 특단의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지난해 7월 홍콩 신문들은 홍콩증권거래소(SEHK)와 홍콩선물거래소(HKFE)의 합병 협상 타결을 대서특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대해 전세계 현물 및 선물시장의 빠른 변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래·결제를 연계시키는 수직적 통합 현물, 파생상품, 선물 등의 시장을 표괄하는 수평적 합병의 다각도 추진 추세 등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합협상 타결에 따라 홍콩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대형 증권거래소를 탄생시킴으로써 아시아 주요 금융시장에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많은 시장 참여자를 유도, 증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싱가포르가 홍콩주식을 대상으로 1년전부터 온라인 거래를 시작한 점도 양대 거래소 통합을 촉발시킨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또 세계 금융환경의 변화와 도전을 외면하면 아시아 금융맹주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장래 홍콩의 미래조차도 불투명해진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어쨋든 홍콩은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의 회원조직을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조만간 합병을 거쳐 올가을께 거래소에 상장할 방침이다. 이밖에 홍콩은 지난 98년 8월 전체 외환보유액의 10% 가량인 88억달러를 환율방어를 위해 사용했다. 아시아의 금융맹주로서의 위상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다. 이는 그들이 변화에 대응하는 데 익숙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홍콩통화청(HKMA·HONG KONG MONETARY AUTHORITY)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금융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내년까지 금리자유화와 외국은행지점 설치확대, 은행인가 간소화 등 하나하나가 모두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홍콩의 이러한 변화의지는 중국반환이후 다소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외국인 투자자의 지적이다. 중국정부의 규제강화와 공무원의 의식변화, 장기적이고 명확한 정책 부재 등이 그 원인이다. 이제 홍콩의 미래는 개혁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 본토의 개방의지에 고리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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