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유지돼온 철광석의 연간 공급 계약이 분기 계약으로 바뀐 지 1년도 안돼 월간 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광산 업체들의 입김이 약해진 가운데 구매력이 커진 중국 철강업체가 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중국철강공업협회(CISA)가 현재 리오틴토와 BHP빌리턴, 발레 등 세계 굴지의 광산업체들과 월간 단위로 철광석을 공급 받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철강공업협회는 중국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119개 주요 철강사가 소속돼 있다. 최대 수요국인 중국 철강업체와 광산업체가 체결한 계약은 글로벌 시장의 벤치마크가 돼 왔다. 중국의 계약변경 요청은 표면적으로 높은 원가 부담으로 생존 위기에 빠진 게 중요한 이유지만 가격 결정권을 수요자인 철강업체가 쥐겠다는 게 근본적인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만약 월간 계약으로 전환한다면 단기적으로 철강업체가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독(毒)'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월간 단위로 계약기간이 줄면 최근의 철광석 가격 하락을 곧바로 반영하면 분기 계약에 비해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의 회복부진으로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최대의 원자재 무역업체인 민메탈의 펑귀촨 부회장은 "수입업체를 통해 철광석을 공급 받아온 철강사들이 위기 심화로 인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월간 공급계약은 계약불이행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게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광산업체와 철강업체들은 최근 4ㆍ4분기 철광석 가격을 전기대비 11% 내리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철광석 가격은 톤당 140달러에서 125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산업체와 철광석업체들은 지난 40년여 년간 연간단위 공급계약을 체결해왔다. 이 같은 관행을 무너뜨린 계기는 금융위기. 금융 위기로 급락했던 철광석 현물 가격이 지난해 이후 급등세로 방향을 틀자,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챙기기 위해 광산업체들의 계약 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철광석 공급 물량의 70%를 장악한 발레ㆍ리오틴토ㆍBHP빌리턴 등 주요 광산업체들은 지난 4월부터 종전의 연간계약 방식을 폐지하고 분기별 계약 방식을 도입했다. 철강 업체들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우려해 이를 반대했지만 광산업체의 입장을 수용해야만 했다. 분기 계약으로 변경하면서 광산업체들은 잠시 동안 엄청난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실제 지난해 초 톤당 6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 현물 가격은 2배 이상 급등해 올 3ㆍ4분기 140달러를 넘어섰다. 톤당 129달러이던 유연탄 가격도 225달러로 뛰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철광석 가격이 급락하자 분기 계약 변경에 따른 수혜자가 광산업체에서 철강업체로 바뀌었다. 더구나 중국 철강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월간 계약으로 바뀔 경우 당장은 광산업체들이 손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월간 계약 변경에 대해서는 득실 계산이 복잡하다. 가격이 하락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철강업체가 일단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광산업체 보다는 철강업체의 리스크가 더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안정적인 공급량 확보가 어려워지고 가격 변동성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제 3자에 넘어가는 것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석유시장이다. 70년대 발생한 두 차례 오일쇼크 사례처럼 과거에는 산유국들의 입김이 절대적이었지만, 이제 석유 가격은 석유산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선물 시장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