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축은행에 어음 할인 수요 몰린다

中企에 지급한 대기업 '진성어음' 도 은행서 외면<br>기업들 두배나 높은 할인율도 감수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들에 납품 결제수단으로 지급한 진성어음을 은행권에서 할인해주지 않자 저축은행으로 어음할인 수요가 몰리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현금화하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할인해달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들어 한달에 많게는 30여건씩 할인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보통 10~15%의 할인율로 만기 2~3개월짜리 진성어음을 할인해주고 있다. 은행은 보통 6~8%의 할인율로 어음을 할인해주지만 최근 들어서는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어음할인을 억제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저축은행에서 어음을 현금화하게 되면 은행권을 이용할 때보다 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저축은행으로까지 어음할인 수요가 몰리는 것은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들이 어음발행을 늘린데다 은행들도 선택적으로 어음을 할인해주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 중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어음으로 결제한 자금비중은 46%로 3ㆍ4분기에 비해 7.6%포인트나 급등했다. 은행 입장에서 어음할인은 대출로 잡히기 때문에 발행업체의 자금사정 등을 감안해 보증을 요구하거나 할인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웬만한 기업들도 부도가 나기 때문에 진성어음이라도 건설사나 중견기업이 발행한 경우에는 할인을 꺼리게 된다”고 전했다. 진성어음이란 실제 상거래를 바탕으로 발행되는 어음으로 정해진 시점에 대금지급을 약속해주는 것으로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융통어음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 그래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진성어음만을 할인해준다. 보통 진성어음을 받으면 만기 때까지 보유하기보다는 금융회사에 일정한 비율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현금화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저축은행에서까지 진성어음 할인을 받는다는 것은 시중자금이 원활히 유통이 안 되고 업체들의 자금압박이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상반기에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 하반기에는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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