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공개불능·정치적 해결” 등 주장 엇갈려/여론 향배 따라가기… 청와대 방침이 “관건”92 대선자금문제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정가의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보청문회를 통해 의혹이 제기됐던 대선자금문제는 이달 들어 야당의 집요한 공세와 신한국당내 대선주자의 해결방안 공방, 청와대 반응 등이 삼각파도의 형태를 갖추면서 더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내의 대선예비주자들도 발빠르게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면서 지지기반 확대와 여권내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공개」, 「공개불능」에 「정치적 해결」등을 주장하는 입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나 사태가 급진전하면서 말이 계속 변하는 등 수습을 위한 무게추가 없는 상태다.
우선 당대표의 공식적 입장과 대선주자의 비공식적인 입장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는 이회창대표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지난 1일 『대선자금은 여야는 물론 정치권 전체의 문제인 만큼 여야 모두 당시의 상황을 고백하고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원론적 차원의 공개입장을 표명했으나 12일 확대 당직자회의에서는 오히려 대선자금문제는 과거의 일이다. 정국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권 고위층의 입장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여기에는 최근 대표직 고수문제로 다른 대선주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이대표의 입장과 청와대측과의 교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가 중심에 있다면 박찬종 고문과 김덕룡 의원은 더욱 청와대 입장에 가깝다. 박고문은 김대통령뿐만 아니라 신한국당 핵심 당직자들 모두가 연대책임을 지고 국민앞에 사과해야 한다는 공동 연대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야당의 공개요구에 대해서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하면서 예봉을 피해가는 여유도 보였다.
김덕룡 의원도 「중요한 것은 미래」라는 여권 주류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92대선자금은 전모를 파악하기조차 불가능한 만큼 그것을 밝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번 대선 등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선거분위기를 만들자는 입장이다.
여기다 최근 범민주계 등의 옹립설 등 당내 입지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이수성 고문은 10일 중앙일보 문화방송 공동주최 시민 대론회에서 『대선자금과 총선자금을 샅샅이 뒤져 사법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정치권은 괴멸하고 말 것』이라며 대화합 차원의 해결을 강조했다. 대선자금에 관한 한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이같은 언급과 해법과는 달리 이한동고문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고문은 당장 국회를 열어 국정조사에 착수하고 실체를 규명한 다음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고문은 검찰조사에는 반대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대선자금 문제가 검찰 주도로 이루어지는 데 대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따라서 대선자금에 관한 한 여권내에는 통일된 의견이 없는 상태다. 대부분 대선주자들이 여론의 향배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당론이 통일, 집약되기도 힘든 상태다. 이 때문에 당사자인 청와대의 입장이 대선자금 수습국면의 주요 관건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다.<온종훈>
◎대선주자들의 관련 발언은
·이회창 대표:대선자금은 여야는 물론 정치권 전체의 문제인 만큼 여야 모두 당시의 상황을 고백하고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처리돼야 한다.
·박찬종 고문:김영삼 대통령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명확한 입장을 이른 시일내에 표명토록 건의할 계획이다.
·김덕룡 의원:전·노씨 사건은 부정의 개념이나(92년) 대선자금 문제는 단순한 의혹의 문제이다.
·이한동 고문:92년 대선자금 문제를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여야가 국회를 열어 국정조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김윤환 고문:국조권을 발동하더라도 대선자금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며 한보청문회처럼 끝날 경우 정치적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이수성 고문:대선자금과 총선자금을 샅샅이 뒤져 사법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정치권은 괴멸하고 말 것이며 대화합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인제 경기도지사:여야 모두 국민의 기대를 무산시켜서는 안된다. 상식적인 선에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이홍구 고문:3김이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 과거문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유익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