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인터뷰] 박상희 기협중앙회 회장

대담:李鍾承 부국장겸 산업부장지난해는 중소기업에게 악몽과도 같은 한해였다. 한해동안 2만개가 넘는 업체가 부도의 수렁속으로 빠져들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의 와중에서도 우리경제를 굳굳하게 지켜낸 주역은 역시 중소기업이었다. 이들은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새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장본인들이다. 『지난해 수출이 늘어난 것은 중소기업이 해외시장공략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외공관이나 무역협회 해외지사 등은 중소기업의 수출활동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朴회장은 중소기업의 수출확대를 위해 수수료 인하와 해외바이어 개척지원등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경기에 대해 『일부에서는 바닥을 쳤다고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소생기미를 느낄 수 없다』며 회복국면에 들어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朴회장은 오히려 낙관적인 전망이 서민과 중소기업에게 성급한 판단의 여지를 줘 본의아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_정부는 올해를 중소기업의 시대를 여는 해로 규정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중앙회의 역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중소기업의 경영안정기반 조성이 시급합니다. 양질의 자금이 중소기업에 원활히 지원돼야 합니다. 기술력과 신용이 있는 건실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 등과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중소기업의 마케팅지원 강화에 힘쓰겠습니다. 중소기업 전용 대규모 전자상거래 몰을 구축, 중소기업 제품의 홍보 및 판매를 촉진하고 관련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가 확대되도록 하겠습니다. 국제화도 서두를 것입니다. 주요거점 국가별로 중앙회 해외연락사무소 설립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투자유치, 경제협력등을 강화할 것입니다. 남북경협도 활성화해 임가공 무역등 각종 대북 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_최근 중앙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소업체들은 경기회복이 빨라야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대답이 80%를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경기회복의 시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계십니까. 정부나 언론보도에 의하면 실물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에 있다고 하지만 기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표상으로는 금리도 내리고 가동률도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니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으나현실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판매도 제대로 안되고 자금사정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소비심리는 더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지금 조금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단지 더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현상일 따름입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_우리나라의 주력상품은 해외시장에서 한계에 부딪친 상태입니다. 외국의 일부전문가들은 이러한 점에서 IMF가 장기화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경공업, 신발등 경공업분야의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직접수출이 45%, 종합상사를 통한 것이 15%등 총 60%에 달합니다. 다시말해 진정한 수출역군들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는 얘깁니다. 지금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은 모두 이들 덕분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중심으로 피부에 와닿는 지원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정부도 여러가지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별로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이어를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시장개척단등을 이끌고 현지에 가도 바이어와 연결이 잘 안됩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현지공관이 바이어발굴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KOTRA, 대사관등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현지 사무소라는 생각을 갖고 수출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야 합니다. _얼마전 朴회장께서 북한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대그룹측에서도 북한의 해주에 200만평 규모의 경공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대북경협, 특히 현대측과 연계해 어떻게 추진할 생각입니까. 대북임가공사업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은 북한의 저렴하고 질좋은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가공 추진을 향후 남북경협의 준비과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또 지금은 IMF의 영향으로 인건비가 내려갔지만 조만간 고임금구조가 다시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의 성격도 있습니다. 앞으로 중소기업의 대북경제협력사업은 조만간 설치할 기협중앙회 북경지부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방침입니다. 또 해주공단건설과 관련해서는 이미 현대측과 협력방안에 관해 어느정도 논의를 거친 상태이며 내주중 정몽구(鄭夢九)회장을 다시만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재차 의논을 할 계획입니다. _단체수의계약과 관련해 많은 잡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예산위원회에서는 단체수의계약을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중앙회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단체수의계약을 둘러싸고 일부 조합에서 물량배정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특정업체에 대해 과다 배정하거나 수주활동을 한 업체에 우선 배정하는 등 운용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체수의계약이 중소업체의 제품을 우선구매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제도가 정부의 중소기업지원시책중 가장 실효성 있는 제도로 평가받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체수의계약을 없애는 것보다 운용상의 문제점을 보완함으로써 발전적으로 유지 존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앙회는 앞서 언급한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그간 조합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혼란의 소지가 있었던 조합의 단체수계 운영규정을 폐지하고 정부에서 정한 규칙에 따를 예정입니다. 또 「특별관리조합」제도를 도입해 물량배정이 투명하지 않은 조합을 중점 관리하는 한편 다수의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업체당 물량배정한도를 대폭 하향조정할 계획입니다. _현대, 삼성 등 5대그룹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이해가 엇갈려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들 그룹과 계열화되어 있는 중소기업계도 무척 관심많을 줄 압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재벌기업들은 무조건 독점하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 상품화에 성공하면 여지없이 나중에는 대기업 차지합니다. 해외진출도 그렇습니다. 초기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은 그런대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만 잘된다하니까 뒤늦게 뛰어든 대기업은 거의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힙듭니다. 차제에 대기업들의 해외진출 실태를 자세히 점검해야 합니다. 기협중앙회 차원에서 이들의 횡포를 강력하게 견제해 중소기업인들에게 힘을 북돋아 줄 생각입니다. 【정리=송영규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