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은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들어

환율쇼크 영향 무역전선 이상기류<br>환율하락세 당분간 지속 판단 기업 '리드 앤 래그'전략 영향<br>장기적으론 수입이 수출 추월 "성장탄력 둔화가능성" 우려도

수출전선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어든다는 우려와 달리 수출이 일시적으로 폭증, 무역수지 흑자도 증가세를 타고 있다. 환율 급변을 의식한 무역업체의 ‘리드 앤 래그(lead and lag)’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장기추세로는 수입증가세가 수출증가세를 앞지를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 1월 이후 두 가지 현상의 후유증이 맞물려 수출이 위기를 맞고 성장탄력도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1월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증가한 140억2,800만달러, 수입은 29.8% 늘어난 135억4,800만달러를 기록했다. 11월 들어 환율이 70원 이상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은 오히려 10억7,200만달러 늘었고 수입은 2억1,200만달러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0일까지 무역수지가 8억5,300만달러 적자를 보인 데 비해 드물게 이달 20일까지는 4억8,1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수출이 월말에 몰리는 반면 수입은 매일 비슷한 수준이어서 20일까지 무역수지는 대개 적자를 나타내는데 이번 달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증가는 무역업자들이 환율 급변을 의식, ‘리드 앤 래그’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화가치가 오를 것으로 판단, 수출은 최대한 빨리 앞당기고 수입은 가능한 늦추자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반도체나 휴대폰 등 소형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출 비중이 늘어난 가운데 원화환율이 급락, 수출품의 운송수단을 해운에서 항공으로 돌리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연구소 신승관 박사는 “최근 수출입실적을 볼 때 달러 약세기조로 리드 앤 래그 현상이 가시화하는 것 같다” 며 “중장기적으로는 균형을 되찾겠지만 수출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는 등 진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출 급증세가 급감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 이후 수입증가세가 수출증가세를 앞지를 시점이 겹친다는 점이다. 수출증가세는 지난해 1ㆍ4분기 이후 수입증가세를 앞서왔으나 10월에는 수입증가율이 23.3%로 수출증가율 20.9%를 2.4%포인트 앞섰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수입증가율은 빠르면 4ㆍ4분기 중, 늦어도 내년 초에는 수출증가율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질 경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 역시 하락해 수출에 의존해온 우리 경제의 성장탄력도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환율 급락에 따른 ‘수출품 밀어내기와 수입 늦추기(lead and lag)’ 전략이 한계를 맞아 미뤘던 수입이 한꺼번에 몰리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이 미리 당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환전, 원화 절상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지는 악순환까지 겹칠 경우 위기가 외환과 수출시장 양쪽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1월 위기론’도 등장하고 있다.
▦리드 앤 래그(Lead & Lag) =환율하락 기조가 뚜렷할 경우 기업들이 수출은 앞당기고 수입은 늦추는 현상.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에서 90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 수출기업은 계약을 서둘러야 환차손을 줄이고 수입업자는 계약을 늦출수록 수입단가가 떨어져 이득이 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