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원화강세/원인] 달러 봇물.투기적 거래 가세

원화환율이 급락하는 것은 3가지 이유로 집약된다. 기본적으로 달러가 많이 들어와 증시 등에 깔려 있는데다 앞으로 유입될 외화도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계 은행등의 투기적 매도도 원화절상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수급 상황, 달러가 넘친다= 환율 급락은 기본적으로 달러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증권시장이 개방된 92년부터 지금까지 유입된 외국인 증시투자금액은 4일 현재 259억달러. 유출과 유입을 감안한 순유입 원금이다.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주식 40조8,000억원, 채권 6,400억원 등 41조4,400억원에 달한다. 360억달러가 시장에 깔려 있는 셈이다. 들어올 돈도 많다. 경상수지 흑자 200억~250억달러와 직접투자, 증권투자, 차입 등 공급 규모는 모두 540억~5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요는 중장기 외채 상환 254억달러, 단기 외채만기연장분 상환 38억달러 등 320억달러를 넘지 않는다. 360억달러가 이미 국내에 들어온 상태에서 올해에만 270억달러 이상의 공급 초과가 발생, 달러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음모론. 수상한 세력이 있다= 그런데 공급 초과로만 최근의 원화절상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외국계은행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당초 외환당국은 1,200원선이 붕괴된 지난달 중순 이후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간접개입하면서도 월말을 지나면 수출업체들이 내놓는 달러 네고물량이 줄어들어 환율도 정상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당국의 기대와 달리 환율은 계속 떨어졌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통상 수준을 벗어나는 외국계의 투기적 거래가 시장 분위기를 원화강세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하루 12억~15억달러가 거래되는 서울외환시장에서 주도권의 행사해온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에 역외세력이 가세하고 있는게 최근 외국계 움직임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증빙이 폐지되는 등 외환거래가 자유화된 지난 4월부터 들어온 역외세력들이 본격 활동하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환딜러는 『지난달 중순 이후 1,200원선을 붕괴시키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던 1,180원선을 무너뜨린 것도 역외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역외자금의 음모론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들이 같은 외국계라도 외국계은행 지점들보다 더 투기적인 거래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역외세력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외환시장에서는 이들이 당국의 능력과 의지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외환당국의 대처능력이 처지거나 직접 개입선이 확인될 때 역외세력들이 국제적 환투기자본의 도화선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아직까지 특별한 징후는 없지만 이들의 거래량과 포지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국내에 유입된 외화가 300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환율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증시, 금리, 환율과 연동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전과 같이 환율 얼마가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는 마지노선이라는 개념으로 환율을 바라봐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지만 임금과 국내금리, 국제원자재 가격 등을 고려할때 환율 요인으로만 경쟁력 약화를 돌린다는 것은 안이한 구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8월에는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840원대에 갔던 적도 있었고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1,000원대 이하에 있었지만 수출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재경부와 한은은 환율 자체 움직임보다는 주가와 시중금리 등과 연동해 상황에 대처해나갈 계획이다. 환율 움직임의 진폭이 다소 크더라도 다른 부문의 이상이 없으면 이전과 같은 직접개입을 가급적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 가동, 한은의 모니터링 기능 강화 등도 각 금융시장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당국 대책= 우선 수요를 늘릴 계획이다. 당장 은행들로 하여금 외화 20억달러를 신규 매입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원화로 쌓고 있는 외화부실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하반기부터는 달러로 적립토록 한다는 것이다. 성업공사도 국내에서 달러를 6억달러 정도 더 매입할 계획이다. 한은이 앞으로 달러를 장외시장에서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수요확대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외환보유고도 자동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외환당국은 가용외환보유액이 현재 적정선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가급적 적정선보다 여유있게 외환을 쌓아간다는 방침이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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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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