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칸'을 표방하는 미국에 이어 중국마저 노골적인 '바이 차이니즈(Buy Chinese)'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가 그토록 '보호주의 정책은 안된다'고 설파했지만 현실에선 '국가 이기주의'에 먼저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무원ㆍ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9개 정부 부처가 경기부양 프로젝트에 중국산 제품 및 서비스만 이용키로 했다고 17일 보도했다. 필요한 물품이 아예 생산되지 않는 등 국내 조달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해외 조달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4조 위안(약 735조원)짜리 경기부양책 덕을 별로 못 볼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중국 정부는 또 이를 어기는 지방 정부들을 조사할 수사팀을 따로 꾸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방 정부들이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외국산 물품 및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경제 및 산업 관련 단체로부터 고소당할 경우, 중앙 정부가 나서 특별히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노동 시장이 여전히 침체돼 있어 이 같은 정부 대책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ㆍ4분기 중국 전체 실업률은 4.3%로, 특별히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실업자가 늘어나면 사회적 불안이 고조될 것이란 정부의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경기침체를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지양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합의사항에 어긋나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중국 상무부는 지난 2월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법안에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야오젠(姚堅) 상무부 대변인은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쓴 상황에서 어떤 국가도 다른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정책을 활용하거나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선 안된다"고 밝혔다. 바이 차이니즈가 중국에 '독'이 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크레디스위스의 타오둥(陶冬) 중국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바이 차이니즈 정책은 내부적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자유무역이 중국의 경제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생각해보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타오 이코노미스트는 또 "온 세계가 중국이 자신들의 물건을 써 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교역 상대국들의 이 같은 바람을 계속 외면할 경우 양국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의 요르그 부트케 회장도 "중국에 있는 유럽 기업들은 현지에 공장까지 설립하더라도 경기부양책의 혜택을 거의 못 받는다"며 "바이 차이니즈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수출 증가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