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중국이 환율 유연성을 확대한다고 선언하면서 환율제도를 변경했다. 달러화에 위안화 가치를 연동시키는 '달러페그제(고정환율제)'에서 복수통화바스켓에 기반을 둔 '관리변동환율제'로 바꾼다는 것이다.
원래 중국은 2005년과 2007년 사이에 이 제도를 운영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달러페그제를 실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이어서 위기 이후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시기에 위안화 가치도 하락한 셈이다. 결국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수출확대를 위해 환율제도를 변경했던 것이다.
위안화 이어 원화도 절상 압박
환율 절하를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은 무역 상대국의 희생을 강요하는 '근린궁핍화정책(近隣窮乏化政策)'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면서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왔다. 따라서 이를 두고 중국만의 문제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다. 경제 규모가 작고 성장단계가 낮은 국가는 무역수지 흑자를 다소 기록한다고 해도 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G2' 국가로 올라선 현 시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2000년대 들어 더욱 확대, 2006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6.15%를 기록한 후 최근에는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은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보이고 동아시아 국가와 산유 국가들은 흑자를 보이는 현상을 '글로벌 불균형'이라 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5%를 넘을 경우 미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와 나머지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는 각각 별개로 판단할 때는 지속이 불가능하지만 동시적으로는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 대두되고 있다. 월드뱅크의 수석 경제학자인 캐서린 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박사는 이를 '세계경제의 상호 의존관계'라고 표현했다. 즉 개별 국가로 볼 때는 현 상황을 지속하기 어렵지만 상호가 서로 원하는 바를 보충해주면서 전체적으로는 글로벌 경제가 일정 기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글로벌 불균형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중국의 대(對)미국 무역수지 흑자가 과도하게 유지되면 미국 경제는 결국 심각한 상황에 몰리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전세계 경제가 과거에 경험했던 금융위기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 가능성에 대해 국제금융 학자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과다 무역 흑자국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이 환율 유연성을 강조한 관리변동환율제로 변경한다는 선언에 국제사회가 조금이나마 기대를 하는 데는 이런 까닭이 있다. 물론 중국의 진정한 속마음이 어떤지는 더 지켜봐야 할 테지만 말이다.
가격우위 버리고 품질로 승부를
우리나라도 위안화 환율 절상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 절하 혜택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운용하는 자유변동환율제하에서 원화 환율 절상은 자연스럽다. 뿐만 아니라 위안화 환율이 절상되는 상황에서는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관리가 국제사회에서 비난받을 여지가 높기 때문에 원화 환율 절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과거처럼 가격을 무기로 삼을 것이 아니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품질로 경쟁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소 어려움은 있겠지만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가 세계시장에서 약진하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