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본시장의 돌파구 헤지펀드] 헤지펀드 도입되면…

랩 어카운트 위축되고 공모펀드는 확대… 자산관리시장 '지각변동'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국내 자산관리시장에도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헤지펀드가가 자산관리의 핵심 상품으로 등장할 경우 고객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랩어카운트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헤지펀드 설립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랩어카운트의 비중을 줄이고 헤지펀드 전략을 차용한 공모펀드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대형 운용사에 맞대응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헤지펀드 도입 이후 자산운용시장이 헤지펀드와 공모펀드의 양대 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 진출이 좌절된 상당수 증권사와 운용사들은 변동성 장세에서 리스크가 컸던 랩의 비중은 줄이고 공모펀드 중심으로 업무를 재편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가 등장할 경우 그동안 자산관리시장을 주도해온 랩어카운트의 위상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가 5억원 이상 고액자산가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랩의 주요 공략 대상과 상당 부분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6월 말 현재 랩어카운트를 포함한 총 일임계약액(4조7,427억원) 가운데 5억원 이상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1.6%(1조9,731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헤지펀드가 도입될 경우 이 자금 중 상당수는 랩어카운트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관리시장에서 랩어카운트는 헤지펀드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성격의 상품"이라며 "만약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랩에 있던 자금 가운데 고액자산가 중심의 자금 상당수는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두 한국투자신탁운용 본부장도 "현재와 같은 방식의 랩 운용은 편입비중이나 매매속도 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레코드가 제대로 남지 않는다"며 " 앞으로 랩 운용을 점차 고객개별화 방식으로 변화시키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준비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공모시장은 더욱 차별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헤지펀드 선정기준 미달로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들은 공모펀드에 '롱쇼트(long-short)'와 같은 헤지펀드 운용전략을 가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서 제시한 헤지펀드 운용기준에 미달한 키움자산운용은 다양한 헤지펀드 운용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전략의 공모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대표는 "한국형 헤지펀드는 초위험 감수로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보다 지극히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에 초점을 두는데 이런 방식은 이미 상당수 운용사들이 공모펀드에 적용해 운용하고 있다"며 "새로운 헤지펀드 운용기법을 차용한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나가다가 역량이 축적되면 헤지펀드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자본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또 다른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도 "전체 시장에서 헤지펀드가 차지할 비중이 공모펀드에 비하면 크지 않고 성격도 포트폴리오 분산에 가깝다"며 "기존 시장이 크게 잠식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모펀드 기반의 자산운용에 주력하면서 여기에 롱쇼트 전략을 좀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공모펀드시장도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구분돼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정두 한국투자신탁운용 본부장은 "우리나라 공모펀드의 상당수는 액티브(공격형) 펀드로 운용되는데 이는 공모와 사모가 분리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공모펀드는 과거의 특정 벤치마크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을 보는 보수적(passive) 성향으로 변화하고 적극적인 수익 추구를 원하는 투자자는 사모펀드에서 헤지펀드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