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제병은 망국병/조양래 현대자동차써비스 사장(로터리)

지난 3일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신청이 확정된 후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밖에 없다』고.더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기에 처해 있고 그의 말처럼 이 위기를 해결해나갈 가장 큰 힘은 국민들 개개인의 의식과 의지다. IMF의 경제간섭이 시작되면 외국업체 및 제품의 국내시장 침입이 이뤄질 것은 불문가지다. 우리 국민들의 정확한 상황인식과 강한 대응의식이 없다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국내시장은 외국기업에 잠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외제품을 막연히 동경하고 선호하는 소비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외제선호사상은 어른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아이들과 청소년들 사이에도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정말 걱정이다. 서울의 한 문구점에서는 시중에서 2천∼3천원이면 살 수 있는 필통이 2만원, 손바닥만한 크기의 수첩이 1만4천원, 편지지 한 묶음이 8천원 등 대부분 한국제품에 비해 10배 이상 비싼 일본제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또 잘 팔린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해외유명상표 선호현상도 갈수록 심해져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경우 한 반 55명 학생 중 30명 이상이 10만원이 넘는 외제신발을 신고 있고 대부분이 외국 유명상표의 옷을 2∼3벌씩 가지고 있으며 7만∼8만원대의 티셔츠를 입은 학생도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무턱대고 외제를 찾는 현상은 이젠 「외제병」으로 불릴 만큼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비쳐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사실 국산이 종류도 많지 않았고 품질 또한 상대적으로 외제에 비해 떨어졌던 시절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너무 다르다. 이제는 우리 제품들도 외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부 품목은 오히려 외국인들도 선호할 정도로 우수한 국산품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제 외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특권층의 상징도, 개인적인 성공의 표시도 아니다. 다만 그것은 이 나라 국민으로서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자신은 결코 애국자가 아니라는 것을 애써 알리고자 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이 나라가 파멸로 치닫는 지름길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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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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