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요금 자율화 ‘찬반’ 격렬

◎찬성­독점적 규제 탈피 소비자에 값싼 통신서비스/반대­후발 사업자 가격 차별화 불능… PCS죽이기/시장 「완전경쟁」 성숙 안돼 ‘1년유예’ 대안 등 제시「시장이 경쟁이면 요금도 경쟁이다.」 「왜 하필 지금 요금자율화냐, 시기상조다.」정보통신부가 최근 사전규제 철폐를 골자로 통신요금자율화 조치를 발표하자 통신업계 전체가 격렬한 찬반논쟁에 휘말려 들고 있다. 「수혜자」와 「피해자」 그룹이 확연히 나뉘어 편싸움을 벌이는 듯한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공정경쟁의 개념논쟁, 정부 정책의 일관성 상실에 대한 시비도 불거질 조짐이다. 이번 자율화조치의 핵심은 이른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에 대해 「사전인가」라는 요금규제를 철폐한 것. 따라서 수혜자격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자율화조치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통신측은 『통신사업에 경쟁이 도입됐음에도 요금은 독점시대의 규제정책에 묶여 있는 모순이 이번 자율화조치로 시정될 것』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현재 시내전화를 비롯해 시외·국제전화, 국내전용회선요금이 모조리 사전인가대상에 포함돼 있어서 요금조정은 순전히 정부의 처분에 내맡길 수밖에 없다. SK텔레콤도 마찬가지. 이 회사는 이동전화 통화료가 경쟁사인 신세기통신보다 16.6% 비싸지만 요금을 내릴 여력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정부의 인가권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상품」을 소비자에게 내놓고 팔 수 밖에 없어 불만을 키워오던 터다. 이와 달리 비지배적 사업자와 신규통신사업자들인 데이콤과 온세통신, 한국통신프리텔·LG텔레콤·한솔PCS 등 개인휴대통신(PCS)업체들은 정부의 요금자율화조치에 대한 반감이 대단히 크다. 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인가제 폐지는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가 사후규제로 문제점을 보완한다지만 한국통신의 사업부문별 명확한 원가검증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공정 여부를 판단하기는 사실상 곤란하다. 후발 경쟁사업자의 경우 불리한 식별번호에다, 비싼 접속료까지 한국통신에 물고 있는 열악한 조건에서 한국통신이 요금을 마음껏 내릴 수 있게 한다면 시장도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3국제전화사업자로서 아직 영업도 시작하지 않은 온세통신은 공황상태에 가까운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이럴 바에 신규 사업자는 왜 뽑았나』고 반문하고 있다. PCS사업자들은 요금자율화조치를 하나같이 「PCS죽이기」로 받아들이며 알레르기반응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절대적이고, 신규사업자들이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요금 자율화는 철저하게 SK텔레콤 1사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한통프리텔측은 『규제완화를 반드시 지금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1년 유예」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론 현 국내 통신시장을 과연 경쟁시장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경쟁체제는 도입됐고, 경쟁사업자도 뽑아 놓았지만 대부분의 후발사업자가 이제 겨우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경쟁도입의 「성숙」을 전제로 한 정부의 요금경쟁정책이 타당한가 하는 지적이 그것이다. 공정경쟁의 개념에 대한 시비도 일고 있다. 요금자율화조치가 지배적 사업자에는 「공정경쟁」을 보장하지만, 힘과 자본의 동원에서 절대열위에 있는 후발사업자에는 「불공정경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규제철폐」는 정통부가 지배적 사업자의 편에 선 공정경쟁을 선택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이번 요금자율화조치가 이동전화와 국제·시외전화요금에 내포된 거품을 빼고, 대신 소비자들에게 값싼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 적자가 심한 시내전화요금을 정상화시킨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시기선택과 절차는 최근 정통부가 신규통신사업자를 대량 선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앞뒤가 안맞는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대체 이용자 후생증대가 우선인지, 아니면 시장개방에 대비한 경쟁도입 및 경쟁체제의 조기 착근이 우선인지 분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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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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