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IT산업 발목 잡는 방송사

방송계가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간 정보전달 수단인 미디어는 신문과 잡지(인쇄), 방송(전파), 인터넷(전화망) 등으로 명확히 구분돼왔다. 신문은 구독자, TV는 시청자, 전화는 가입자로 불려왔고 각 미디어들은 독립적인 가치사슬(Value Chain) 안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누려왔다. 디지털은 이런 안정성의 붕괴를 강제하고 있다. 기기와 네트워크가 컨버전스(융합)되면서 세계적으로 미디어의 컨버전스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방송계의 거센 반발로 이 부문에 관한 한 ‘후진국’이다. KT는 인터넷인프라를 통해 ‘인터넷TV(IPTV)’를 하고 싶지만 속앓이만 하고 있다. TU미디어는 위성DMB에 KBS 등 지상파방송사의 프로그램 재전송을 목말라하지만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떳떳하게 요구하라고 말을 건네자 “9시 뉴스 때문에‥”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한국 IT 산업을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렸다는 정보통신부도 이런 ‘무언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K텔레콤의 위성DMB에 대해서는 주파수 할당 대가로 78억원을 거뒀지만 방송사 주도의 지상파DMB에 대한 주파수 할당 대가는 ‘무료’로 처리했다. 정통부의 답변 역시 ‘9시 뉴스’다. 성공에 안주하는 순간 실패가 시작된다. 미국 포천은 지난 9월 “향후 디지털세계에서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앨빈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없는 나라”라고 했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 2003년판 보고서는 “더 이상 권고할 것이 없는 나라”라고 추켜세웠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튀니지에서 열린 정보사회정상회의에서 발표된 ‘디지털기회지수(DOI) 세계 1위 국가’로 선정됐다.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이 이미 포화점에 도달한 세계 유일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국민들이 ‘생각의 속도’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소통 수단을 방송사들이 더 이상 막아서는 안된다. 디지털 시대는 산업사회의 상식이 바뀔 수 있는 시대고 작은 변화로 생각했던 것이 큰 변화를 몰고 오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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