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개인들 "못참겠다" 투매… 한때 1800까지 밀려 사이드카 발동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코스피지수가 8일 74포인트나 빠지는 등 닷새 연속 폭락하자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시황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8일 국내 주식시장은 장 초반만 해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을 그다지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감이 점점 커졌고 급기야는 오후 한 때 코스피지수가 무려 143.75포인트나 급락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무차별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폭을 키웠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30포인트(3.82%) 하락한 1,869.4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2.86포인트(6.63%) 떨어진 462.69에 끝마쳤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02.86포인트(-13.94%)나 빠졌고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81.7포인트(-15.01%)가 떨어졌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 규모만 해도 각각 170조4,906억원, 15조8,990억원에 달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역대 최대 수준인 143.75포인트나 급락하면서 1,800.00까지 밀리기도 했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장중 10% 이상 떨어지며 이날 오후 1시10분 역대 5번째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현물 주가지수가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20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로 이번 발동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10월24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200지수선물도 장중 5% 이상 급락한 상태가 1분 동안 이어지면서 오후 1시23분에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 발동으로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은 5분간 정지됐다. 이날 증시는 외국인들이 772억원 어치를 도하면서 지수가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투매에 가세하면서 하락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개인투자자는 7,32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지난 5월31일 이후 최대 규모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들이 더 이상의 급락을 참지 못하고 물량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장중 지수가 급락하며 신용융자에 대한 반대매매가 속출하면서 매도 규모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까지 5거래일간 2조756억원 어치를 팔았고, 개인들은 최근 이틀 동안만 1조3,042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다만 연기금, 정부ㆍ지자체 등이 장 막판 각각 4,079억원, 1,490억원씩 저가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악의 상황을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증시는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일동안 코스피지수 하락률(13.94%)은 대만(13.20%)은 물론 홍콩H지수(11.58%) 등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단연 컸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15.01%나 빠지면서 같은 중국 상하이지수 하락률(6.54%)보다 2배 이상의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유독 외부 변수에 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내수가 취약한 상황에서 수출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등의 경제성장 둔화가 우려되면서 수출기업의 실적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국내증시가 글로벌 경쟁력이 우수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른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점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증시 충격이 큰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에 대한 국내 증시 개방도가 매우 높은 편인 점도 대외 악재에 취약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이성의 영역을 벗어날 정도로 지나치게 투매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는 점도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계속 자극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은 주가지수가 예상을 뛰어 넘어 1,80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하락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증시 불확실성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인 글로벌 공조 방안이 나오기 전까진 투자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권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결코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여러 악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분간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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