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의 탐욕스러운 영업행태는 월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아 살아났지만 여전히 고액연봉을 받아가며 이자장사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금융기관에 투입한 자금은 168조6,000억원. 이 중 102조2,000억원을 되돌려 받아 8월 말 현재 회수율은 60.6%다.
정부는 리먼 사태 당시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2009년 5월에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 5조9,805억원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회수금액은 19.8%인 1조1,832억원 수준이다.
저축은행들도 공적자금을 받아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저축은행에 들어간 자금은 17조원을 넘는다.
정부의 지원과 금융산업 구조조정 덕택에 지금의 호황기를 누릴 수 있게 됐음에도 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은 예전의 일은 모두 잊고 있다.
은행들의 돈 잔치는 예삿일이다. 외환∙기업∙우리∙국민∙하나 등 5개 은행 등기이사의 평균 월급은 5,757만원이다. 신입 행원 임금이 20% 삭감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은행원들의 평균 급여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그러면서 대출이자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는 방식으로 막대한 순익을 내고 있다. 은행의 잔액기준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은 2008년 2.61%포인트에서 2009년에는 2.80%포인트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2.85%포인트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2.9%포인트를 넘어섰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내려갈 때 대출금리를 그대로 두면서도 예금금리를 많이 내린다"며 "기준금리가 올라갈 때는 대출금리를 많이 올리지만 예금금리는 조금 상향 조정하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또 위험성이 없는 대기업 여신은 늘리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옥죄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9월29일 현재 60조2,15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2조2,519억 늘어났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208조1,169억원으로 8월 말보다 오히려 3,252억원 줄었다. 부실이 생길 수 있는 중기대출은 외면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의 이익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20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축소정책에 편승해 오히려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수익을 더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저축은행 사태로 예금이 은행권으로 몰리자 예금금리는 더 내리고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행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한득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권이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고임금을 고착화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