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협에서 1억2,000만원 규모의 사기인출 사건이 발생한 후 대포통장을 확실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통장 대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점이 곳곳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과 경찰이 대포통장 대여자 처벌 강화 등의 강력한 근절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링'만으로 사업주와 연결=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구글에 '대포통장 삽니다' '대포통장 팝니다'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쪽이 여러 개 노출된다. 몇몇 사이트에는 하루 10건에 가까운 대포통장 구입 관련 글이 올라온다.
대부분 매일 10만원씩 월 300만원을 준다고 광고하며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용도가 아닌 도박 사이트에서 이용되는 차명계좌일 뿐이라고 말한다.
단속이 심해지자 '고소득 알바 필요하신 분'이라는 문구로 사회 초년생을 끌어들이는 수법도 눈에 띈다. 카카오톡 등을 통한 상담이 가능하다며 최대 3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사업자에게 연락하자 "불법이지만 절대 이상한 용도에 쓰이지 않는다. 평일에 10만원씩 주고 말일에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며 통장을 팔도록 설득했다. 이름과 주소를 물으며 바로 거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솜방망이 처벌…근원 대책 세워야=대포통장 사업자들이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데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경우가 많아 처벌에는 한계가 따른다. 결국 통장을 대여해주는 개인에 대한 처벌 강화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대여자들은 통상 계좌당 300만원씩 받으며 여러 개 대여하면 1,000만원이 넘는 돈도 벌 수 있다. 하지만 대여로 재판에 넘겨져 받는 처벌은 벌금형에 불과하며 이 또한 100만~200만원 수준이다.
법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 정도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대가성을 부인하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금융당국이 확실한 근절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2012년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대포통장을 과다 발급한 금융사를 점검했지만, 오히려 대포통장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금감원은 신규 계좌 1,000개 중 금융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이 2개가 넘는 은행을 내년부터 제재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당국의 처벌 및 단속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금융소비자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도입하는 등 대포통장을 없애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자체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