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한인 2세의 도전


며칠 전 뉴욕의 한 모임에서 내년 연방하원 선거에 도전하는 한인 2세 정치인인 최준희씨를 만났던 적이 있다. 최씨는 지난 2006년부터 4년간 뉴저지 에디슨 시장을 역임하면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교육개혁에 앞장선 개혁적인 정치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09년 예비선거에서 당내 보수세력에 밀려 패배한 뒤, 깨끗이 승복해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를 눈여겨본 낸시 펠로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그에게 30년간 공화당의 아성으로 남아 있는 뉴저지 연방하원 제7선거구에 도전하기를 권유했다고 한다. 최씨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MIT, 컬럼비아를 거쳐 자신 속에 숨겨져 있던 공공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가 1998년 빌 브래들리 상원의원 대선캠프를 시작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된 사연이나 40대 초반의 정치인로서 연방하원의원에 도전하는 포부 등을 들어보니 정말 당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계 금융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한국의 위상은 몰라보게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 맨해튼의 링컨센터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이 무대에 올려져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봄에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번역돼 수많은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정치 쪽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 상하 양원을 통틀어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계 의원은 김창준 전 의원 이후로 배출되지 않고 있다. 현재 535명의 미 상하 양원에는 10명의 아시아계 의원이 포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일본 5명, 중국 2명 등이 차지하고 있으며 베트남ㆍ인도계도 의원을 배출했다. 미 연방하원의 평균 지역구 인구는 약 70만명에 달한다. 지역적인 영향력뿐 아니라 중앙 정치에서 하원의원이 가지는 위력은 대단하다. 한인정치참여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 인사는 결의안 등을 채택할 때 동료의원의 요청을 특별한 명분 없이 거부하지 않는 미국의 정치풍토를 거론하며 "한 명의 의원이 있으면 90점, 한 명도 없으면 0점"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분단된 까닭에 이슈가 많은 한국으로서는 한국계 의원은 큰 자산이다. 내년 4월 총선의 재외국민 참정권 행사를 앞두고 교포사회의 줄서기와 편가르기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한나라당ㆍ민주당으로 나뉘고 지역별로 빠르게 분화돼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다만 그 관심의 일부만이라도 미국 중앙정치에 도전하는 한국계 정치 신인들에 쏟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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