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올드보이의 반격… IT전략 재점검해야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 또 한번의 격랑이 일 모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때 세계 휴대폰시장을 호령했던 노키아를 약 72억달러(약 8조원)에 인수했다. 스마트폰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타지 못해 밀려났던 올드보이들이 반격을 위해 힘을 합친 모양새다.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따져볼 수 있겠지만 IT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만은 분명하다.


옛 거인들의 결합이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올 2ㆍ4분기 스마트폰 운영체제(OS)시장의 92.5%를 구글과 애플이 나눠 갖고 단말기 역시 삼성전자와 애플이 절반 가까이 장악한 상황에서 MS-노키아 연합군이 발을 디딜 틈은 별로 없다. 국내외에서 "패자끼리 합쳐 더 큰 패배를 부를 것"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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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올드보이 연합이 몰고 올 후폭풍이다. 이번 계약으로 MS는 애플과 구글에 이어 OS와 단말기를 모두 보유한 기업이 됐다. 머리(소프트웨어) 따로 몸(하드웨어) 따로였던 기존의 틀도 완전히 깨졌다. 오직 삼성ㆍLG전자 같은 한국 기업만 아직 완전한 신체를 갖지 못했다. 시류를 잘못 읽어 몰락한 노키아가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체질개선도 시급한 문제다. 올 상반기 스마트폰을 포함한 삼성전자 ITㆍ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7%나 된다. 특정 기업, 특정 제품에 우리 경제 전체가 목을 매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이 삼성만이 아니고 스마트폰이 스마트폰만은 아닌 이유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국가 전체가 몸살을 앓을 게 뻔하다.

지금까지 우리 IT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의 추격자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세계적 흐름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드웨어에서는 더 이상 따라잡을 상대도 없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워 몸과 머리의 균형을 맞추고 각 분야의 혁신역량을 끌어올려 한곳에 쏠린 경제력을 각 분야로 분산시켜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ㆍ벤처 간 생태계는 이를 위한 좋은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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