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하나은행장 사퇴 압박, 市場 파장도 고려해야

금융감독원과 하나은행이 함께 고민에 빠졌다.


금감원은 17일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결정하면서 자진사퇴를 유도했다. 하지만 김 행장이 문책경고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지키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22일 다시 제재 내용까지 공표했다. 사퇴 거부에 대한 추가 압박수단이었다. 이에 따라 김 행장이 사퇴하면 금감원은 관치(官治)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고 김 행장이 계속 버티면 금융당국으로서 영(令)이 서지 않는 묘한 처지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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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문책경고가 글자 그대로 당장 직을 내놓아야 하는 '직무정지'나 '해임권고'가 아닌 만큼 현 임기를 채우는 데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경영 공백과 혼선을 줄여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김 행장의 잔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임기를 고집할 경우 당장 감독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지 않아도 외환카드 분할과 하나SK카드와의 통합 승인,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관련 검사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마당이다. 하나은행으로서도 진퇴양난인 셈이다.

금감원과 하나은행이 절충점을 모색해 서로 명분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금감원도 상황을 이렇게 끌어온 책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김 행장에 대한 검사와 징계절차·제재수위 등 모든 게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응분의 책임(사퇴)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책경고는 '임기종료 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 금지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에 60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입혔다는 게 징계사유지만 사건발생 시점이나 손실규모로 볼 때 징계의 무게가 과하지 않느냐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법적으로는 김 행장의 임기수행을 용인해놓고 다른 한편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만큼 차라리 문책경고의 의미를 문자 그대로 살려가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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