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거문화 웰빙바람] 더 여유롭게… 더 쾌적하게

지난 16일 금요일 저녁 10시 경기도 일산의 호수공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호수공원은 여가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발붙이기 힘들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조깅,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드보드, 무선조종자동차 등을 즐기는 이들의 얼굴에서 다음날의 일과를 걱정하는 근심따윈 찾아 볼 수 없었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예전 같으면 심야 TV드라마에 푹 빠져있을 법한 30~40대 아주머니, 심각한 얼굴로 저녁 뉴스를 시청하고 있을 법한 40~50대 직장인, 딱히 할 일이 없어 일찌감치 잠을 청했을 60~70대 노인들까지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날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던 유치원 교사 박 모씨(26)는 “지난해부터 유치원이 토요 격주 휴무제로 바뀌었는데 오늘처럼 내일이 휴일인 날은 이곳에 나와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긴다”면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사는 데 월급의 절반을 투자했지만, 이렇게 시원한 공기를 쐬면서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웰빙`바람이 새해에도 뜨겁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바람은 올해 주5일 근무제 확산을 타고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웰빙산업`이 더욱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과 금융ㆍ보험업ㆍ공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주5일제를 시행해야 한다. 이미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단협 주요 쟁점으로 주5일제가 떠오르고 있고, 중소ㆍ벤처기업들도 속속 주5일제를 도입하는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문화적 흐름은 이미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예전의 소비경향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실제로 삼성, LG등 국내 유력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주요 산업군 중 하나로 `웰빙산업`을 꼽고 있다. 가족형 외식, 레저문화와 자아개발, 자기체험 등의 활동이 확대되고 이 같은 소비가 전반적인 소비경향을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럽의 트렌드 연구기관인 `Future Concept Lab`도 올해 주요 소비트렌드로 웰빙을 제시하면서, 지난해가 과시형 웰빙이었다면 올해는 보다 대중화되고 실속있는 웰빙이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기업들도 급부상하고 있는 웰빙시장을 잡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마케팅 전략의 한 수단으로 웰빙을 전면에 내세운 상품들이 봇물을 이뤘으며, 올 들어서는 이 같은 추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외식, 레저, 관광산업 쪽에 치우쳤던 웰빙의 기류가 이제는 TV, 자동차, 공기청정기 등의 공산품은 물론, 아파트 등 주거공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 LG전자는 나노 항균 기능을 가진 냉장고, 공기청정기 겸용 가습기 등 잇따라 웰빙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친건강, 친환경, 저전력`을 웰빙 제품의 키워드로 삼고 은 나노 입자를 이용한 살균세탁기와 에어컨, 나노공기청정기 등을 선보였다. 또한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 3사는 실내공간이 넓고 운전이 편할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주말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쟁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소형가전제품에서 강세를 띄고 있는 웅진코웨이개발, 청호나이스, 스타리온 등 중소기업 역시 지난해부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의 실속형 웰빙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웰빙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삶의 터전인 주거공간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 삼성건설, 현대산업개발, 우림건설 등 선두권 건설업체들은 환풍기능, 생태공간, 친환경 마감재 등을 사용해 차별화한 주택으로 웰빙족을 유혹하고 있다. 이른바 웰빙 전성시대인 셈이다. 하지만 웰빙이 기업의 마케팅 전략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점차 본질적인 웰빙의 의미가 퇴색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웰빙이란 생활패턴이 국내에서 남에게 자신의 경제적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왜곡, 전파되면서 부의 수준에 따른 계급화를 조장하고 상대적 빈부차를 심화 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남에게 과시하려는 웰빙소비는 본인의 수입수준을 넘어서는 과소비를 조장하기 때문에 신용불량, 파산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최근 웰빙이란 개념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상업적인 측면으로만 부각돼 본래 웰빙이 갖는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다”면서 “웰빙은 각 개인의 수입에 맞는 수준 안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소비에 보다 집중하면서, 심신의 조화를 얻어 여유롭고 환경과 친화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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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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