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X-레이 찍어보셨나요

독일 물리학자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것은 1895년의 일이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으나 검은 종이, 또는 나무를 잘 통과하는 방사선을 발견, 뼈의 윤곽이 드러난 부인의 손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을 해부하지 않고 뼈를 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X선의 발견은 의학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 폐결핵ㆍ관절염 치료뿐 아니라 무좀세포를 죽이고 불치병으로 알려진 암을 퇴치하는 데도 X선 사용은 필수적이다. ‘건강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온 X-레이를 찍을 때 방사선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방사선’하면 두려움부터 갖게 되지만 지구상의 땅ㆍ건물ㆍ쌀ㆍ음식물 등 모든 물질에서는 일정량의 방사선이 나온다. 방사선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 중의 하나로 우리와 함께 존재한다. 방사선도 알고 보면 일상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식중독균 제거와 품종 개량, 해충구제 등에 활용되고 유전공학과 나노기술의 발전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항공기 결함 검사와 반도체 제조 공정에도 방사선기술을 이용한다. 풍력과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가 아직 대안이 되지 못하는 반면 원전 건설로 그간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를 생산, 공급해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X-레이가 건강 파수꾼 역할을 해왔듯 원자력 역시 에너지 자립의 첨병 역할을 해온 셈이다. 그럼에도 방사선을 이유로 원자력을 핵폭탄쯤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은 최대 0.01m㏜ 정도다. 이 수치는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연간 받는 방사선량 2.4m㏜와 비교하면 240분의1에 불과하다. 방폐장은 X-레이 한번 촬영할 때 쪼이는 양의 10분의1, 비행기로 유럽 여행을 다녀올 때 받는 양의 7분의1 수준이다. 우려할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원전 건설은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과학의 힘이 뒷받침된다. 방사선이 나온다 해서 원전 포기를 주장하는 것은 식칼이 강도의 수중에 들어가면 인명을 살상하는 흉기로 변한다고 식칼 사용 금지조치를 내리는 것과 유사하다. 폭발사고의 염려 때문에 가정에서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우리는 방사선의 위험을 잘 알고 있지만 방사선을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그 기술은 역사를 통해 검증됐으며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으므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원자력 발전을 담당하는 회사의 책임자로서 국민들에게 이 말은 꼭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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