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출판기념회 유감


요즘 돈 걱정하는 동료의원이 많다. 지역 사무실 월세도 내기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원래 12월은 후원금이 들어와 돈 가뭄을 해소하는 시즌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청목회 사건 여파로 후원금이 줄어들어 다들 사정이 어려워진 것 같다. 올해에는 후원금을 부탁하는 문자도 보기 어렵다. 대신 연말이 다가오자 출판기념회가 성시를 이룬다. 후원금이 부진하자 출판기념회에서 들어오는 돈으로 보릿고개를 넘기려는 의원들이 많다. 우리나라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내년 국고보조금으로 갚기로 하고 돈을 빌리는 현실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정당은 국고보조금과 당비가 수입의 전부이다. 집권당이 비자금을 조성하던 것은 옛날이다. 기업에서 돈을 거두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당이 빠듯하게 살림을 꾸리다 보니 당직을 맡아도 대개 활동비가 나오지 않는다. 필자만 해도 당 국제위원장으로 가는 출장도 자비로 가야 한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정치자금이 까다롭고 투명한 나라는 없는 것 같다. 미국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씨는 한국에서 법안 발의와 관련해 후원금을 받으면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미국에서는 법안이나 정책과 관련된 이익단체가 의원에게 내는 돈이 후원금의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정치적 도움을 받거나 기대하지 않고 후원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느냐"면서 "그런 돈 없이 어떻게 한국 정치가 움직이냐"고 되묻는다. 일본도 정치자금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 한참 뒤쳐져 있다. 어느 일본 의원이 "일본에서는 가방이 있어야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해 필자가 얼른 못 알아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방 끈'이 학벌을 말하지만 일본에서 '가방'이란 돈 가방을 말한다. 일본은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아직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지난번 곽노현 교육감 사건이 터졌을 때 깨끗하다고 자부하는 한나라당 쪽에서는 반사적 이익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기성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 우리나라 정치는 발전하고 있지만 국민은 아직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필자는 어제 7번째 책인 '고승덕의 ABCD성공법'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정치인이 되니 6년 동안 쓴 책도 홍보할 방법도 별로 없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참으로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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