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국내 외국풍 마을, 동화속 어린왕자 … 남해 독일마을 … 한국서 느끼는 유럽의 정취

가평 쁘띠프랑스, 프랑스 옛 건물 그대로 옮겨 생텍쥐페리 기념관 등 인기

독일마을, 주황색 지붕 집들 옹기종기… 독일인·재독교포 모여 살아

파주 영어마을, 스톤헨지·코벤트가든 재현… 공부하고 영국 문화도 체험

경기도 가평군 청평에 있는 쁘띠프랑스 마을. 호명산 자락에 아기자기한 프랑스풍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겨울인데도 관람객이 적지 않다.

어린 왕자가 철새를 타고 자신의 별을 떠나는 모습을 담을 조형물.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사진 배경이다.

경상남도 남해 독일마을 전경. 곳곳에 신축건물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테마파크 같은 인상을 풍긴다.

올해는 해외여행을 자유화한 지 25년째다. 지난 1989년 1월부터 자격제한 없이 국민 누구나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 4반세기가 지났다. 이후 해외여행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지난해에는 1,484만명의 한국인들이 항공기와 배를 타고 외국을 방문했다. 대신 1,217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나 할까. 반만년 역사 이래 이 같은 교류는 처음이다.

하지만 이제는 일부러 해외에 가지 않아도 한국 속에서 외국풍을 만날 수 있다. 해외 국가들을 테마로 한 관광지들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은 크게 유럽 국가와 중국으로 나눌 수 있다. 중국풍이라고 하면 인천 등의 차이나타운이지만 실제 이곳들은 관광지라기보다 중국인(화교)들이 생활하는 현장으로 발전했다. 이를 빼고 외국풍을 일정한 공간에 옮겨놓은 곳은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곳뿐이다. 대표적인 게 경기도 가평의 '쁘띠프랑스', 경상남도 남해의 '독일마을', 경기도 파주의 '영어마을'이다. 유럽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감과 동경이 이런 점에서도 나타나 재미있다.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는 '작은 프랑스'=서울에서 북한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춘천 못 미쳐 도로 왼편에 쁘띠프랑스가 나온다. 쁘띠프랑스는 말 그대로 프랑스 문화를 테마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작은(petit)' 마을이다. 경기도 가평군 호명산자락 청평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간판에 앙증맞게 앉아 있는 어린 왕자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테마가 프랑스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어린 왕자' 스토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쁘띠프랑스 안으로 들어가면 프랑스의 옛 주택을 재현해놓은 듯한 건물들이 경사면을 따라 있다. 특히 프랑스 전통주택전시관은 목재기둥과 바닥·창·내부가구 등을 모두 프랑스에서 수입해 현실감을 높였다. '베토벤 바이러스' '시크릿가든' '런닝맨' 등 인기 TV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한 곳이라는 안내판도 요란하다. 생텍쥐페리기념관과 오르골하우스는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건물이다.

이국적인 건물 사이에는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술주정뱅이·수학자 등을 조형물로 만들어놓았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었던 동화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재현되는 모습이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마을 안에 마련된 작은 공연장에서는 하루에 몇 번씩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매직퍼포먼스, 프랑스 인형극 '기뇰', 마리오네트 공연 등 놓치기 아까운 행사들이 이어진다. 공연시간이 엇갈려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한다. 지정된 장소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프랑스에서의 하룻밤'을 원한다면 쁘띠프랑스 내의 숙박동을 이용할 수 있다. 23개 객실은 모두 동화 '어린 왕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인테리어가 각각 다른 것도 특징이다. 아래쪽에 위치한 전망대는 기대만큼 좋지는 않다. 별로 높지 않은데도 남쪽으로는 언덕에 가려 호수가 잘 보이지 않고 또 북쪽으로는 3층짜리 건물에 쁘띠프랑스 전체의 모습이 가린다.

◇남해와 독일마을=경남 남해군의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동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주황색 지붕을 올린 이국풍 집이 수십채 보인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관광객들이 독일풍 건물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집안을 기웃거리고 있다. 역시 독일식 카페에는 사람들이 모여 한담을 나눈다.


시골에 웬 유럽풍 집이냐고 고개를 갸우뚱할 장소인데 이곳이 바로 진짜 독일인들과 재독교포들이 귀국해 사는 독일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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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갔던 교포들이 그들의 독일인 가족과 함께 이주해 집단촌을 형성하면서 시작됐다. 남해군이 이곳을 정책적으로 조성하면서 2003년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파독 광부나 간호사들이 우리나라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한 곳이니만큼 주민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주민들 일부가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민박을 시작하면서 마을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었다.

역시 방송이 큰 영향을 미쳤다. TV드라마와 예능에 이국적인 분위기로 소개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금도 방송에 소개된 집들을 안내하는 간판이 거리 곳곳에 붙어 있다. 이와 함께 관광객을 맞기 위한 카페나 음식점·펜션 등이 독일마을 주변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마치 테마파크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독일마을 자체만큼 유명한 곳은 이 마을 북쪽에 위치한 '원예예술촌'이다. 입장료를 받는 이곳에는 독일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원과 전통주택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체험관에서는 다양한 음식체험도 할 수 있다.

◇영어마을에서 공부하고 영국도 체험=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는 외국어 학습을 위한 우리나라 최대의 캠프 시설이다. 영어에 대해 극성인 우리나라 학부모들 덕분에 생긴 장소다. 하지만 하루짜리 나들이를 위해서도 좋은 곳이다. 영어권 국가의 일상을 그대로 재현했지만 대부분은 영국식이다.

영어마을로 들어가는 관문인 출입국사무소 앞에 세워진 돌기둥은 얼핏 고인돌처럼 보이지만 영국의 대표적 문화재인 '스톤헨지'다. 석기시대인 기원전 1700~1400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신비의 유적지다.

콘서트홀과 시청동을 잇는 길의 구조물 '썬빌딩'은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의 이미지를 본떴다. 코벤트가든은 왕실이 소유한 거대 정원이었으나 17세기에 개방되면서 시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영국의 대표적 공연장인 로열앨버트홀의 돔을 연상시키는 콘서트홀, 내셔널갤러리와 닮은 빅토리아풍의 시청, 영국 남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라이가 생각나는 작고 낮은 10개의 건물로 이뤄진 학생숙소동 등 곳곳에 이국적인 보물이 숨겨져 있다.

숙식형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입장권으로 콘서트와 뮤지컬 공연, 영어단어를 배울 수 있는 퀴즈쇼, 은행·우체국·경찰서·병원 등 일일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도 있다.

/가평·남해·파주=글·사진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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