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적합업종 품목 선정을 둘러싸고 대-중소기업간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218개 품목 가운데 대-중기 자율적 합의를 통해 중기적합업종 신청을 철회하는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31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한국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은 이번주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을 철회한다는 공문을 제출키로 했다.
원심력콘크리트조합은 지난 5월 동반위에 'PHC(고강도 콘크리트)파일'품목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해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PHC파일은 아파트 기초공사에 사용되는 커다란 원형 모양의 콘크리트파일로, 시장규모는 5,000억원 가량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점유율은 약 60대40으로 대기업은 동양메이저, 대림C&S 등 5~6곳이 있고, 중소기업은 60여개 업체가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원심력콘크리트조합이 중기적합업종을 신청하게 된 이유는 최근 대기업들이 출하량을 늘리면서 중기업체와의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
원심력콘크리트조합 관계자는 "PHC파일 시장 규모는 일정한데 올초부터 대기업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주야간 작업을 통해 생산량 확대에 나서면서 중소업체들의 경영사정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며 "회원사들의 불만이 커서 중기적합업종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기엔 양측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하지만 파국은 면해야 한다는 생각이 통하면서 양측은 물밑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동반위의 조정협의체와는 별개의 자체적인 협의였다는 게 조합측 설명이다.
결국 수차례의 자율협상 끝에 대기업측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자제해달라'는 중기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생산량을 조절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중기측에선 서로 공생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이상 중기적합업종 선정은 무의미하다면서 신청 자체를 철회키로 의견을 모았다.
원심력콘크리트조합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동반위의 중재 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적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룬 첫 사례일 것"이라면서 "큰 잡음 없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동반성장의 모범선례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청 철회 공문은 오는 3일 동반위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조합측은 전했다.
현재 중기적합업종 신청 품목은 총 218개로, 대기업 미진입 품목은 84개, 진입품목은 134개다. 진입 품목 중 대-중기 이견이 큰 쟁점품목은 45개로, 이중 16개 품목은 지난 9월 1차로 발표했고, 나머지 29개 품목은 오는 4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 중 현재까지 대-중기간 합의를 통해 중기적합업종 신청을 철회한 경우는 아직 1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