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중 1달러=130엔대 예상
차기 美재무 "강한달러 지지" 파장·전망
"나는 강한 달러를 지지한다"
취임을 이틀 앞둔 차기 재무장관의 한 마디는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폴 오닐 재무장관 지명자는 17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공청회에서 자신이 '강한 달러'를 지지한다며 차기 부시 행정부가 수출 증대를 위해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할 것이라던 외환시장의 예상을 일축했다.
'오닐 효과'로 인해 외환시장은 불과 이틀 사이에 큰 폭으로 출렁였다. 달러화는 외환시장에 강한 달러 포기설이 돌던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116.95엔까지 밀려났지만, 18일에는 폭등세로 반전해 120엔대를 눈 앞에 두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강한 달러'의 배경
달러화가 18일 급등세로 반전한 것은 부시 차기 행정부가 '강한 달러'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데 따른 것이었다.
앞서 17일 뉴욕 시장에서는 오닐 차기 장관이 청문회에서 강한 달러정책 포기 발언을 할 것이란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됐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지난 5년 이상 동안 인플레 억제 역할을 해 온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그 예상대로 부시 차기 행정부는 외환시장의 소문을 일축하고 달러화의 위상을 다시 굳혀 놓았다.
게다가 이로 인해 엔화 가치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겪고 있는 일본도 강한 달러를 부추기는 분위기다. 달러 강세는 일본 제품의 수출가격을 낮춤으로써 수출 증대를 야기, 나아가 경기 회복의 엔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
일부에선 오는 3월의 금융기관 결산을 앞두고 정부가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해외 자산 평가액을 높여주기 위해 엔저를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강한 달러의 파장 및 전망
미 정부는 고(高)달러가 해외 자본을 미국 시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경상적자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지만, 부정적인 파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엔화가 달러당 140엔대까지 폭락한 지난 98년의 상황이 재연될 경우,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는 미 제조업체들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막대한 무역적자를 떠안아야 하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엔저를 언제까지고 방치하기는 어렵다. 엔저가 수출 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순기능을 갖고 있는 반면,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과 일본 투자가들의 구매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
근본적인 구조조정 없이 통화 가치의 하락을 이용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벽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엔화 급락은 또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놓인 아시아 각국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미 비즈니스위크지는 지난 95년 엔화 약세로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아시아 각국의 무역수지와 외환보유 사정을 악화시켜 사실상 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다고 최근 지적했다.
◇강한 달러 어디까지 갈까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엔화가 조만간 달러당 120엔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반기중 130엔대를 돌파할 것이란 예측도 힘을 얻고 있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스퍼 콜은 오는 6월께 엔화가 달러당 130엔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17일 오닐 지명자의 발언은 당분간 시장에서의 달러 독주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엔ㆍ달러 환율의 가파른 곡선을 보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차츰 커지는 가운데,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 18일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는 한때 엔화에 대해 120엔대에 육박하다가도 118엔대로 물러서는 등 요동을 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강한 달러와 엔저(低) 용인을 장기 통화정책으로 굳힐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