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미심쩍은 유럽 경제회복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과 신흥국 경제의 동요현상에도 불구하고 유럽 경제의 회복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 유럽 경제는 2011년 말 이후 경기침체에 진입하면서 7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올해 2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을 보이며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업자 수는 2개월째 감소하는데다 일부 재정위기 국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실업률이 하락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4개월 연속으로 상승하면서 최근 2년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동안 빠져나갔던 자금도 다시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주가지수는 재정위기 이전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남유럽 침체여전 경기이원화 가속

지난 3년 동안 유럽 관련 경제기사는 그리스 재정위기와 스페인의 은행부실 등 모두 비관적인 소식들로 채워졌으며 유럽재정위기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따라서 유럽 경제회복에 대해 모두가 기대감을 갖고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의 경기회복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하게 뜯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독일 경제는 수출뿐만 아니라 민간소비ㆍ투자ㆍ정부지출 등 대부분의 국내총생산(GDP)구성항목에서 완연한 경기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유로존 밖에 있는 영국 경제도 민간소비와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체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재고증가로 인한 통계상의 경제성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괄목할 만한 무역수지 개선에도 불구, 내수부진으로 인해 여전히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유럽 각국은 경제위기의 내상(內傷) 여부에 따라 현재 상이한 경기흐름을 거치고 있는데 이들의 합이 플러스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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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럽 경제는 역내교역이 활성화된 특징상 경기침체시 동조화 경향을 보이는 반면 경기회복시에는 탈동조화 경향을 보인다. 탈동조화 현상은 주로 독일 등 역외국에 대해 수출이 많은 북부유럽 경제의 대외수지가 개선되면서 이들 국가 위주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현재 유럽 경제는 북부유럽과 남부유럽 경기의 이원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남은 과제는 남부유럽의 경제가 북부유럽에 의해 견인되고 침체된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는지의 여부다.

구조개혁ㆍ내수회복 여부 주시해야

현재 유럽, 특히 유로존 주식시장 및 국채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원국 간 대외수지 격차와 같은 역내불균형도 현저히 축소돼 재정위기가 급부상할 가능성은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유로존 국채시장의 안정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의지 피력과 저금리에 기인하는 바가 크며 실물경제 개선에 따른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일부 주요국을 제외하고는 내수회복세가 약하며 은행권의 디레버리징(차입 회수), 취약한 주택경기, 남유럽의 디플레이션 압력 등은 경기회복에 제약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남유럽 은행권의 디레버리징으로 인해 남유럽 국가들의 내수부진이 계속될 것이 우려되며 이 경우 유럽의 경기이원화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경제가 재정위기의 잔영으로부터 완전히 탈출하기 위해서는 현재 1단계가 추진 중인 은행동맹의 완성을 통해 금융시장의 파편화를 치유하고 은행위기가 재정위기-실물경제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정치적 안정을 유지함으로써 국가 간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2일 총선 이후 새롭게 출범하게 될 독일의 연정 구성과 제3기 메르켈 정부의 출범에 유럽 내외의 기대가 집중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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