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정신 분석 거장 프로이트의 내면은?

■ 프로이트 (피터 게이 지음, 교양인 펴냄)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로 당시 우주관을 전복시켰고, 다윈이 진화론을 통해 신학적 창조론을 뒤집은 것처럼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무의식의 세계를 처음으로 발견함으로써 인류의 지적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프로이트의 학설은 인간을 자기 자신의 주인이 아니라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노예적 존재로 전락시켰기에 당대 학계에서 찬사와 멸시를 동시에 받았다. 역사학자인 피터 게이 예일대 명예교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프로이트의 삶 자체를 세밀하게 펼쳐 보인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논문과 저서, 편지를 샅샅이 검토했을 뿐 아니라 프로이트에게 정신 분석을 받았던 환자를 찾아가 인터뷰를 할 정도로 공들여 이 평전을 썼다. 프로이트가 인간의 무의식을 읽어냈듯, 직접 정신 분석을 공부한 저자가 프로이트의 내면을 분석하려 시도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저자는 프로이트가 남긴 사소한 농담이나 실수에서도 행간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프로이트를 분석하고 있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프로이트는 가난 때문에 결혼도 미룬 채 의사로 돈벌이에 나서야 했지만 아들처럼 믿었던 후계자에게 배반을 당하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무의식-전의식-의식'의 3중구조로 설명하면서, 의식보다 무의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더 큰 결정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인간 심리의 작동원리를 밝혀낸 프로이트는 그러나 정작 자신은 삶은 제어하지 못했다. 그의 삶에서 눈에 띄는 모순 중 하나가 바로 시가(cigar) 중독이었다. 프로이트는 중독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정확히 꿰뚫었으면서도 자신은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독의 대가로 프로이트는 구강암과 함께 33차례의 암 수술을 겪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또한 프로이트는 학자 이외에 노련한 정치가의 모습도 보여줬다고 저자는 말한다. 프로이트는 1902년 '수요심리학회'를 조직했다가 1908년께 이를 해체하고 '빈 정신분석협회'로 재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프로이트가 자신의 목표에 공감하지 않는 회원들에게 자연스럽게 탈퇴 기회를 줄 수 있는 '우아하고 편리한 최상의 방법'을 이용했다고 해석했다. 또한 프로이트가 자신의 후계자였던 카를 구스타프 융과 갈라서던 과정, 처제인 미나 베르나이스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는 등의 일화는 정신분석학 거장도 어쩔 수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에 출간된 각 720쪽 분량의 2권짜리 번역본은 1988년 출간된 책의 2006년 개정판을 기반으로 했다. 각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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