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성장 그늘에 가린 중국 사회 문제


광토우지에(빡빡머리 언니)로 불리는 여성운동가 루핀과 베이징의 변호사 둥정웨이가 최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최고 인기 인물이다. 루핀의 경우 중국의 트위터격인 웨이보 추종자가 10만명을 넘는다고도 한다.

이 두 사람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인기인으로 부각된 것은 국가에 정보공개 요청을 했다가 '국가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면서부터다. 루핀은 지난해 8월 취업ㆍ입시시험에서 남녀가 차별을 받는다며 채점현황 등 관련 정보 공개를 교육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국가이익과 관련돼 공개할 수 없다는 짧은 회신이었고 이에 대한 항의로 루핀이 삭발을 하며 광토우지에라는 별칭도 생겼다.


둥정웨이는 최근 중국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환경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환경보호부에 전국토지오염 실태와 원인ㆍ방지방안에 대한 자료 공개를 요청했지만 국가기밀이란 이유로 거부당했다. 중국은 지난 2006년부터 1억위안을 들여 전국토지오염조사를 실시했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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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즌인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ㆍ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은 각종 청원과 시위가 봇물을 이룬다. 지방관리의 부패부터 집안 대소사까지 각종 청원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루핀과 둥정웨이의 문제 제기는 과거처럼 지나가는 여론으로 그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외신은 물론 관영 신화통신도 둥정웨이의 문제 제기를 보도하며 국가기밀 범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문제 제기가 양회라는 정치무대에까지 올라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슈로 부각된 것은 맞지만 '국가이익'이라는 벽 앞에서는 투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국의 국가이익은 '성장'이다. 성차별도 지독한 환경 문제도 성장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12기 전인대에서 스모그를 비롯한 환경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해도 경제발전이 최우선 과제인 지도부에게는 급한 과제가 아니다.

최근 또다시 베이징 하늘을 뒤덮고 있는 스모그에 대해 중국 정부는 정월대보름 폭죽놀이 탓으로 돌렸다. 대보름이 지나가면 베이징 하늘의 스모그를 누구의 탓으로 돌릴지 봐야겠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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