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8천억원 규모의 사회헌납 계획을 밝힌 삼성그룹이 그동안 해온 사회공헌 액수만으로도 미국 선두기업의 3배 가량에 달하는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한 국내 재벌기업 소유주들은 미국과는 달리 개인 차원의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기업사회공헌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이윤추구에만 관심이 있을 뿐 이익의 사회환원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실제로 재벌기업들의 사회공헌 액수는 미국 유수의 기업에 못지 않다"고 14일 밝혔다.
미국의 비정부기구 '파운데이션 센터' 자료의 지난해 말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위한 기부의 대부분이 집행되는 기업설립 재단 가운데 월마트재단이 2004년 1월31일까지 1년간 1억1천980만달러를 기부해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아벤티스제약재단이 2004년 한해 1억1천470만달러를 기부했고 2003년 한해 포드자동차재단이 7천750만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재단이 7천650만달러, 버라이즌재단이 5천780만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조사대상 시기가 각각 다른 것은 기업들의회계연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 2003년과 2004년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액수는 각각 3천554억원(당시 환율기준 약 2억9천700만달러)과 4천716억원(약 4억5천200만달러)에 이르렀다.
삼성의 사회공헌 액수가 미국의 1위업체인 월마트보다도 최소한 3배 가까이 더많았던 셈이다.
일본 기업들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해 전경련이 자체 작성한 '2001년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와 일본 경단련의 '2000년 일본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현황'을비교분석한 결과 한국기업의 매출액대비 사회공헌액은 0.37%로 일본기업들의 0.1%에비하면 거의 4배에 가까웠다.
또 한국기업들의 경상이익대비 사회공헌액도 6.3%로 일본의 2.3%에 비해 월등히높았으나 세전이익 대비 공헌액은 한국(4.4%)이 일본(4.76%)에 약간 못미쳤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일본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직접적으로 단순비교하는 자료는 없지만 드러난 수치만을 토대로 판단할 때 삼성 등 대기업들의사회공헌은 미국이나 일본의 어떤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사회공헌 전문가인 호서대 양용희 교수는 "미국의 IBM을 방문했을 때 삼성의 한 해 사회공헌액이 수억 달러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이 업체 관계자들이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 재벌기업들의 기부액은 미국의 개인재단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불과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2004년 1월말까지 1년간 기부한 금액은 무려 12억5천600만달러(약 1조2천600억원)에 이른다.
양 교수는 "한국의 경우 기업이 아닌 개인의 자원봉사나 사회공헌 활동이 미흡하며 기업이라도 10대 재벌 이하의 중견, 중소기업의 기여는 무시해도 좋을만큼 미약한 것이 문제"라면서 "봉사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고 기업과 기업소유주의 경계가모호한 풍토가 이런 현상을 낳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재단 설립자가 기금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하건 전적으로 자유인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이런저런 규제가 많은 점도 개인재단의 설립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 윤리경영팀의 이소원 조사역은 "재벌그룹들이 해온 사회공헌 활동은 금액만 놓고보더라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 "삼성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를 포함해 8천억원을 사회에 내놓은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기업이아닌 개인의 기부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대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