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한국이 ‘형님’ 한국도자기가 지키던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젠한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한국도자기가 퇴점한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입점하는 기회를 잡은 후 내수시장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한국도자기가 목동점에서 쫓겨난 직접적인 사유는 백화점 맞은 편 CBS사옥에 위치한 한국도자기 직영점 때문. 백화점 내 매장이 전체 세일기간에만 제품 값을 깎아주는 것과 달리, 직영점은 상시적으로 할인행사를 벌여 이를 보다 못한 백화점이 ‘퇴점령’을 내린 것이다.
한국도자기는 65년 된 한국의 대표 도자기 회사를 내보내는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해당 대리점과의 직거래를 끊는 등 즉각 조치를 취했지만, 현대백화점 측은 한국도자기 대신 젠한국의 입점을 받아들였다. 그때까지 젠한국이 입점한 현대백화점은 미아점이 유일했다.
이 같은 ‘목동 전(戰)’을 한차례 치른 후, 한 뿌리에서 나온 두 기업은 서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성수 젠한국 회장은 고(故) 김종호 한국도자기 초대회장의 막내아들이자,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의 동생이다. 김성수 회장은 한국도자기 경영권이 김동수 회장의 장남인 김영신 사장에게 승계되자, 한국도자기 판매 법인이던 젠한국을 가지고 별도회사로 독립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공장을 통해 수출에 주력했던 젠한국은, 국내시장에 의욕적으로 유턴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밀폐용기업체 락앤락과 공동으로 개발한 ‘젠앤락(Zen & Lock)’ 생산을 시작, 8월부터 시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 하반기엔 오창단지에 국내 첫 공장을 설립하고, 이탈리아 등에서 해외 고급브랜드를 들여오는 등 내수시장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지겠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 양강 구도로 이뤄진 국내시장에 업계에 오래 몸 담아본 제3의 강자가 등장한 셈”이라며 “두 형제 회사간 경쟁이 고사위기에 놓인 도자기 시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