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가위기 다시 힘모으자] (7) 기업 경쟁력 강화

[국가위기 다시 힘모으자] (7) 기업 경쟁력 강화 부실사업 과감히 포기… 세계적 경쟁력 키워야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기업들이 살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을 과감히 포기하고 '적과의 동침'도 해야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내수부진과 고유가, 미국 경제의 경착륙 등 지난 97년 경제위기 못지 않은 불안한 경제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합칠 것은 합쳐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야만 살아 갈 수 있다. 그러나 재벌구도가 해체면서 과거와 달리 기댈 언덕이 없다. 그룹 계열사끼리 도울 수 있는 구조도 아닌데다 도울 능력도 없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노력만이 생존을 약속하는 시대가 왔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현대건설이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건설 회사로 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면서 집(계동 본사)마저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투명경영과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는 시장의 소리를 무시한 결과다. 건설의 지원으로 큰 계열사들은 흔들거리는 건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호와 고합 등 상당수의 재벌기업들도 사옥을 팔았거나 팔기 위해 내놓은 상태다. 위기에 놓인 우리 기업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해답은 석유화학과 섬유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생존을 위한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석유화학과 섬유다. 두 업종은 어느 산업 보다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구조적인 공급과잉 시장에서 내수와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수익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석유화학업종은 하반기들어 내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시장에서는 선진국의 유수 업체들과 후발주자인 중동지역 기업들에 끼여서 고전을 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내 유화기업들이 선진 업체와 제휴를 통해 자체 생존능력을 보유하기 시작하고 있어 앞날이 불투명해 지고 있다.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은 최근 나프타분해공장 부분을 통합했다. 현대석유화학은 PVC사업을 LG화학에 팔았다. 더 이상의 소모적인 경쟁은 파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PVC사업은 3파전에서 LG와 한화의 2파전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유화업계에서는 연말이나 내년초까지 계속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문을 국내업체나 외국업체에 매각할 움직임이다. 이와 더불어 제값받기를 위한 자율적인 공동감산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일부 업체들을 시작으로 부분 가동중단이 이뤄지면서 이달들어 삼성석유화학과 고합이 20%에 가까운 생산량 축소를 발표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업체들의 부분적인 가동중단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수는 물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물량 공급을 조절할 수 있어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섬유산업도 자율 구조조정이 활발하다. 삼양사과 SK케미칼은 각각 화섬 부문을 덜어내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과단성을 보였다. 두 회사에서 화섬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상이다. 재계는 양사가 주력부문을 불과 반년동안의 협의를 통해 통합법인인 '휴비스'를 만들어냈다는 측면에서 신선하게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기 사례이기 때문이다. 휴비스의 초대 선장이 된 조민호 사장은 최근 "새 법인이 모 기업을 살찌우는 효자 노릇을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섬유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휴비스가 갈길은 멀지만 내년 상반기에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기업 내부의 경쟁력 확보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으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문제는 기업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시간이 많지 않다는데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은 경제환경에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이다. 최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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