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5월 12일] 더디지만 진전 보인 북핵 협상

북한이 평양을 방문한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에게 1만8,000쪽에 달하는 핵 관련 자료를 넘겨줌에 따라 곡절을 겪던 북핵 협상의 진전이 기대된다. 북한이 건넨 자료는 원자로 가동일지와 플루토늄 생산 관련 시설 등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들 자료가 북한의 핵 신고 내용 진위 검증에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양국의 협상의지 등 그간의 진행상황을 미뤄볼 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의 양이 방대하다는 점도 그렇지만 질적인 면에서도 북한의 자세변화가 감지된다. 북한은 그동안 한사코 거부해온 플루토늄 사용처도 이번에 일부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면 24시간 내 불능화 대상인 영변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고 이 장면을 전세계에 공개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한다. 북한이 그만큼 전향적으로 나선 것이다. 미국도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밝히는 등 북한의 자세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증을 통해 북한의 핵 신고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북미 간 협상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되고 6자회담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적 목표인 북핵 폐기를 향해 더디기는 하지만 한 걸음을 더 내딛게 되는 셈이다. 북핵 협상의 순조로운 진행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새 정부 들어 냉각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뒀던 정부로서는 북핵 협상 진전에 따라 운신의 폭이 생겨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만큼 줄어 국가신용등급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등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이나 6자회담 과정에서 우리 측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과의 활발한 협상 전개로 관계개선을 꾀하면서 우리를 제쳐두려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으로 북한이 우리를 통하지 않고는 미국에 다가가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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