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구글 회장의 방북에 부쳐

'사악해지지 말자 (Don't Be Evil)'는 세계 최대 웹 검색엔진인 구글의 모토다. '당신은 사악해지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You can make money without doing evil)'는 기업 철학을 담고 있다.

비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치고는 순진한 발상으로도 보인다. 나아가 구글은 이 같은 철학을 외교 관계에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폐쇄 국가인 북한에 실험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에릭 슈밋 구글 회장 일행은 7일 민항기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통해 북한을 방문했다.


이미 미국 국무부는 '슈밋 회장의 민간 특사설'을 부인하며 "방북 시점이 부적절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논의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이번 방북은 동맹국의 대북 정책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슈밋 회장의 방북은 '군사적 도발을 통해 양보를 이끌어낸다'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국제사회가 굴복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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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슈밋 회장 측은 "개인적이고 인도주의적 차원의 방북"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배경이나 의도가 어찌됐건 슈밋 회장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뒤로 한 채 결국 북한으로 떠났다. 슈밋 회장은 평소 "인터넷을 통해 가난을 극복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은 사회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의 말대로 이번 방북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체제 전복을 우려해 인터넷마저 차단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섣불리 개혁ㆍ개방의 장으로 나올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북한 경제대표단은 지난 2011년 4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에 들러 IT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슈밋 회장의 이번 행보가 설사 사업 목적이라 하더라도 북한이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늘지만 질긴 끈을 만들어내는 데 한 톨의 밀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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