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너진 대박꿈 속타는 개미들

무너진 대박꿈 속타는 개미들●이사자금·등록금 모두 주식에 넣었는데... 「고개 숙인」국내 증시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요즘 가을 이사철을 맞아 이사비용이나 등록금을 턴 개미투자자들의 가슴엔 벌써 한겨울 찬바람이 불고 있다. 또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를 배정받아 주가가 한창 오를때 내심 「대박의 꿈」에 부풀었던 사람들도 「바람빠진 풍선」 마냥 한숨만 내쉬고 있다. 25일 서울시내 S증권사를 찾은 주부 백모(45·여·강동구 천호동)씨는 마냥 힘없는 얼굴로 전광판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백씨가 가지고 있는 종목이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손해본 돈을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백씨는『올 가을에 좀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몇년간 모은 3,000만원을 남편 몰래 주식에 투자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1,000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사날짜는 다가오고 주식은 떨어지고 남편에겐 얘기도 못하고 미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회사에서 성실하고 좋은 남편이던 서모(53·은평구 신사동)씨도 요즘은 부인과 평소 하지 않던 부부싸움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올 가을엔 꼭 이사를 가겠다며 모아두었던 5,000만원을 좀더 불려볼 마음으로 소위 뜬다는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는데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서씨는 『아내에게는 곧 오를거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큰소리는 치지만 내심 걱정이 태산이다』며 『여기서 손을 뺄 수도 없고 가만 있자니 불안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백씨나 서씨와 같이 큰 돈은 아니지만 2학기 등록금 납부일이 다가오면서 아르바이트나 부모로부터 받은 등록금을 쏟아부은 일부 용감한(?) 대학생들의 한숨소리도 크다. 올봄에 제대해 3학년 2학기 복학을 앞두고 있는 Y대 장모(25)씨는 두달간 아르바이트를 해 번돈 200만여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계좌에는 50만원만 남아 있다. 장씨는『군에서 주식투자해서 돈을 버는 대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제대하면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뛰어들었다』며 『제대하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뻥뻥쳤는데 주가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를 받아 오르기만하던 주식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사람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의 한 인터넷업체의 컨텐츠개발분야에서 일하는 김모(31) 팀장도 요즘 생각할수록 아쉬운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 3년 전 입사하면서 1,000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았는데 불과 몇달 전만해도 10억여원에 가까운 자산이 현재 5억원으로 줄어버린 것. 김 팀장은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 몰랐다. 다만 몇 주라도 한참 때 팔아버리지 못한 게 못내 안타깝다』며 『줄어든 돈만 생각하면 요즘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8/25 17:5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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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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