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SK텔레콤(011)의 신세기통신(017)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한 것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공정위가 그동안 독과점이 우려되는 기업결합에 대해 승인을 안 해준 일은 전례가 없었던데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의 「조건부 승인」이란 유권해석이 지난 3월초 나왔기 때문이다.
또 주식소유 등을 통한 기업결합 때 사후신고토록 한 현행 제도로 인해 공정위가 승인을 거부할 경우 SK텔레콤이 이미 인수한 신세기통신 지분의 처분이 불가피해 이에 따른 파장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이란 카드를 최종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독과점 폐해와 효율성 증대 사이에서 저울질해왔던 공정위는 효율성 증대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공정거래법에는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회사의 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 1위와 2위의 점유율 격차가 25% 이사인 경우 경쟁제한성이 있는 독과점으로 규정, 기업결합의 승인을 거부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을 적용할 경우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 인수로 시장점유율이 57%(매출액기준 60%)로 높아져 마땅히 기업결합을 승인할 수 없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더라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산업합리화 효과가 더 클 땐 기업결합을 허용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공정위는 바로 이 규정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과잉투자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통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이 정부의 산업합리화 정책 취지에도 맞고 통신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될 땐 국내 통신시장의 개방화와 세계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가격결정권이 업계 자율에 맡겨져 있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이동통신요금은 정보통신부가 통제하고 있어 독과점 업체의 횡포에 따른 소비자피해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점도 공정위가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쪽으로 가닥을 잡은 배경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한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우선 한통프리텔(016)·한솔엠닷컴(018)·LG텔레콤(019) 등 개인휴대통신(PCS) 3사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시키느는 문제가 있다.
PCS 3사는 후발주자로서 선두업체를 뒤따라 가는 것도 버거운 판에 이통통신시장의 공룡을 탄생시킨다면 자신들의 존립기반이 없어진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촉진을 위해 PCS 사업자를 선정했던 정보통신부의 입장도 곤혹스럽게 됐다.
또 미국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대상으로 독점판결을 함으로써 독과점을 철저하게 제재하는 등 세계적 추세에도 배치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이번 결정을 계기로 「재계의 검찰」이란 위상을 유지해온 공정위가 독과점 기업결합에 대해 제동을 걸지 못함에 따라 더이상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51건의 기업결합심사에서 한 건도 승인을 거부한 사례가 없었다. 특히 독과점 기업결합이란 의견이 많았던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OB맥주의 진로쿠어스맥주 인수, P&G의 쌍용제지 인수 등에 대해서도 시장점유율 제한, 가격인상 제한, 일부 사업부문 매각 등의 조건을 붙여 승인해왔다.
구동본기자DBKOO@SED.CO.KR
입력시간 2000/04/19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