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을 달리면 작은 마을 갈란타(Galanta)가 나온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삼성전자 중ㆍ동구 통합물류센터(SELS)를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총 부지 4만6,000평 중 7,500평에 둥지를 틀고 있는 물류센터는 가로 206m, 세로 121m의 대형 축구장 4개만한 크기로, 평판TV 8만대를 동시에 쌓을 수 있다. SELS를 방문한 4일(현지시간)에도 트럭들이 첨단 디지털 제품을 유럽 전역으로 쏟아내기 위해 잠시도 쉴새 없이 정문을 들락거렸다. 물류센터에 들어서자 인근에 위치한 삼성전자 갈란타 제1공장과 제2공장에서 만들어 보낸 LCDㆍPDP TV, 홈시어터, 모니터, DVD, 프린터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물류센터는 갈란타 1ㆍ2공장과 2~3분 거리에 있다.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면 바로 트럭에 실어 배송할 수 있도록 특별히 물류센터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물류센터는 주로 육로를 통해 유럽 20여개 지역에 배송한다. 임승빈 SELS 차장은 “하루 평균 1만6,000대 정도 쏟아지는 디지털TV 물량을 싣고 나르기 위해 물류센터를 드나드는 트럭(23톤 기준)만 120여대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유럽 전역에 거미줄처럼 뻗은 물류망을 통해 초고속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현지 유통시장에도 한바탕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현지 딜러들의 가격깎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딜러들이 원하는 제품을 바로 만들어 배송하기 때문에 재고부담이 거의 없어 물류비용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임 차장은 “유럽 지역 어디나 1~2일이면 배송이 가능하다”며 “딜러들도 배송이 빨라지자 웃돈을 주고라도 제품을 확보하려고 경쟁을 벌일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유럽 지역 물류를 통합하기 위해 지난 6월 문을 연 물류센터는 3개월 만에 수익을 낼 정도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갈란타 물류센터가 조기 정착됨에 따라 유럽 물류기지 10개를 폐쇄하는 등 전면적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독일ㆍ프랑스 물류법인을 없애고 내년에는 영국과 스페인을 제외한 나머지 8곳을 정리한다는 게 회사 측의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부담을 줄여 인력 확충과 물류 인프라 투자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갈란타 물류센터가 삼성전자 유럽 공략의 핵심 전초기지이자 디지털미디어 제품의 원스톱 유통센터로 우뚝 설 날도 그리 머지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