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방송사의 광고영업은 위험


신문사나 방송사를 대신해 광고 지면이나 광고시간을 판매해주고 판매대행 수수료를 받는 회사를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이라고 한다. 방송법은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경우 미디어렙을 통해서만 광고시간을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를 '위탁강제'라고 한다. 광고시간 판매수입이 주된 재원인 방송사업자에게 미디어렙을 통해서만 광고시간을 판매하도록 강제한 것은 우선 한정된 광고시간 동안 최대 이익을 올리기 위해 광고 유치와 광고시간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광고주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본가인 광고주가 광고시간 구매를 조건으로 방송사업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작용을 막아보자는 취지도 있다. 미디어렙 위탁강제 헌법적 명령 방송사업자는 법률에 의해 주어진 범위 안에서 권리를 갖는다는 점, 그리고 국가 권력, 자본가 등 사회 모든 세력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법 질서를 형성해야 하는 의무가 입법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위탁강제의 논거는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 문제는 방송법이 지상파 방송사업자를 대신해 광고시간을 판매할 수 있는 미디어렙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 광고 판매대행사(코바코가 출자한 주식회사)로 한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촉발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8년 11월28일 이 같은 규정이 다른 미디어렙에 보장된 직업 수행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과 함께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관련 학계 역시 미디어렙 제도를 제한 경쟁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거나 완전 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논쟁을 거듭해왔다.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률안만 6개나 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허가제에 기초한 계획을 제시했다.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앞둔 상황에서 방송법 개정 지연으로 미디어렙 규범 공백 문제가 현실화됨에 따라 조속한 입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입법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 위탁강제를 전제로 방송사업자의 광고시간 판매를 대신할 수 있는 자격 내지 지위를 법률로 부여하는 미디어렙 제도는 방송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정당화된다. 미디어렙 제도를 입법화함에 있어 핵심은 광고주 등의 사적 이익이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핵심적 가치를 해칠 우려가 있는지 여부다.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나 활동 영역 확대로 인한 경쟁 도입 효과에 대한 긍정적ㆍ부정적 예측이 핵심은 아니다. 광고주 등의 사적 이익이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핵심적 가치를 해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다른 실효적 수단이 없다면 위탁강제는 지상파 방송사업자를 포함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ㆍ편성하고 방송 광고시간을 운용하는 모든 방송사업자에게 요구되는 헌법적 명령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형식이든 방송사업자의 미디어렙 참여 역시 같은 이유에서 지양돼야 한다. 사업자 직ㆍ간접 참여도 곤란 다소 문제점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방송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미디어렙 제도와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산업 발달을 목표로 하는 미디어렙 제도가 선택의 대안으로 주어진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전자를 택해야 할 것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전자는 문제점을 보완해 방송의 자유라는 헌법적 과제를 실현할 수 있지만 후자는 방송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 차원의 부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의 근본 이념과 가치를 왜곡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입법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미디어렙 제도가 갖는 헌법적 의미와 뜻을 더 넓고 깊게 살려나갈 수 있도록 방송법을 조속히 개정하는 일이다. 입법자의 성실하고 올바른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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