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정책불신'위험수위' 넘었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부동산대책…<br>'재건축과의 전쟁 불사' 반나절도 안돼 후퇴<br>"또 바뀔텐데" 시장 시큰둥…예상효과 못거둬

문닫은 중개업소 건설교통부와 경찰 등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집값을 잡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이 지역 부동산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26일잠실 신천역 부근의 부동산중개업소 대부분이 야유회를 핑계로 문을 닫았다. /왕태석기자

정책불신'위험수위' 넘었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부동산대책…'재건축과의 전쟁 불사' 반나절도 안돼 후퇴"또 바뀔텐데" 시장 시큰둥…예상효과 못거둬 문닫은 중개업소 건설교통부와 경찰 등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집값을 잡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이 지역 부동산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26일잠실 신천역 부근의 부동산중개업소 대부분이 야유회를 핑계로 문을 닫았다. /왕태석기자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 부재(不在)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어제 나온 정책이 오늘 뒤집히는 등의 일관성 상실은 물론 가벼운 상황판단과 정책남발로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잠실주공 2단지 등 분양을 앞둔 재건축단지의 고(高)분양가 차단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주택정책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서종대 건설교통부 주택국장은 26일 송파구청의 잠실주공 2단지 분양승인에 대한 건교부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음주까지 잠실주공 2단지에 대한 정밀조사에 나설 것"이라면서 "땅값 산정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오는 5월2일 청약신청 전까지 경중을 가려 관리처분계획 또는 분양승인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국장은 "개략적인 서류검토 과정에서 드러난 잠실주공 2단지의 법적 하자는 관리처분계획 당시의 분양가와 분양승인 신청 때의 분양가가 달라진 것"이라면서 "하지만 해당 사업주체들이 이를 관리처분계획 때의 분양가로 환원해 법적 하자는 치유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발언의 맥락으로 볼 때 후자에 무게중심을 두는 듯한 인상이 짙다. 건교부는 25일만 해도 "3~4개 업체가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기획부동산이나 인터넷 부동산 포털업체 등을 동원, 인근 아파트 거래가격을 높게 유지하도록 작전을 벌인 정황이 있다"며 당장이라도 메스를 가할 태세였다. 잠실주공 2단지에 대해서는 송파구청에 분양승인 보류 요청까지 하겠다며 재건축과의 전면전 불사를 공언했다. 하지만 건교부의 이 같은 방침은 잠실주공 2단지의 분양가 일부 조정을 이유로 반나절도 못돼 후퇴했다. 잠실주공 2단지가 분양가를 조정했다지만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반분양 가구 수의 77%(868가구)를 차지하는 12평형의 분양가는 올리고 분양가구 수가 247가구에 불과한 20~30평형대 분양가를 낮춤으로써 전체 1,115가구에 대한 분양가 인하효과는 1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실주공 2단지에 대한 법적 하자가 치유됐다고 본다는 건교부의 입장은 당초부터 정부의 대책이 엄포용이 아니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잠실주공 2단지 분양승인에 대한 건교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당초 계획보다 소폭이라도 분양가를 낮추면 민형사상 비위사실 또는 사업추진상의 하자와 관계없이 분양에 별 문제가 없다는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집값안정 의지를 근본부터 흔들 가능성이 높다. 건교부는 이날도 "현재 잠실주공 2단지 외에 5~6개 단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어느 곳이 될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을 소급 적용해 분양승인이 중지되거나 취소되는 단지도 나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잠실 D공인의 한 관계자는 "엊그제 내놓은 정책을 뒤집어버리면 누가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E건설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은 말이 아니라 법과 제도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모든 정책은 시장이 일정한 방식으로 반응할 것을 전제로 하며 바로 이 같은 반응 때문에 정책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정책 신뢰를 잃게 될 경우 시장은 예상한 바와 다르게 반응하고 이렇게 되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 부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재건축단지의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용적률 증가분의 25%를 임대아파트로 짓게 한다는 대책을 발표한 뒤 몇 차례나 입장을 번복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잦은 정책 변경은 '정부 정책은 언젠가 또 바뀐다'는 불신으로 연결되고 앞으로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예단해 수요자들이 오판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동시분양 폐지와 관련한 혼란, 춤추는 부동산 관련 세제, 서울공항 개발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표심 챙기기와 조합 및 시행사의 이기주의로 정부의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정책이 신뢰를 잃은 것은 일관성 부재의 행보에 더 큰 이유가 있다. 정부가 일관되지 못한 행동을 통해 신뢰를 잃고 그 결?효율성마저 희생되는 것을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의 문제'라고 한다. 정부의 정책을 믿은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면 믿었던 사람까지 이탈하고, 특히 이를 믿지 않았던 사람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신념을 더욱 굳히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최근 부동산정책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혼선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급확대 등 또 다른 차원에서의 해법 모색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구영 기자 gy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5-04-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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