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1월 9일] 아버지를 부탁해

지난해부터 켜진 세계경제의 적색 경고등이 올해도 여전히 선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뢰밭을 건너는 심정으로 또 올 한 해를 아슬아슬하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연일 전해지는 우울한 소식들로 새해를 시작한다는 기쁨보다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더 걱정되는 요즘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붙으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더 팍팍한 상황이 올 한 해 내내 계속될 게 분명하다. 특히 실물경기의 침체로 우려했던 기업들의 감원 조치가 전세계적으로 현실화되면서 실직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로 서민들 생활 빠듯 미국의 경우 민간고용서비스업체인 ADP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미 민간 부문 고용이 지난해 12월 69만3,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1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해 1년간 발생한 실직자 수는 240만명에 달하고 올해는 실업률이 15년 만에 최고치인 7%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은행들이 예상하는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채무불이행 위험)은 사상 최대로 높아졌다. 중소기업 신용위험 지수는 지난해 2ㆍ4분기 34에서 3ㆍ4분기 47, 4ㆍ4분기 56, 올 1ㆍ4분기에는 59로 전망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1ㆍ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들도 부도와 실직의 공포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미 일부 대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인원을 대폭 줄이고 생산라인을 감축하는 등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기업이 부도가 나면 종업원들은 당연히 일자리를 잃게 마련이다. 기존 직장인들이 이런 마당에 신규 취업자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수밖에 없다. 올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년에는 기업들이 아예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아 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현재 국내 실업률은 3.1%에 달했고 한국은행이 예측한 올해 실업률은 3.4%로 조사됐다. 실업자 수도 75만명에 이르고 자발적 실업자까지 포함할 경우 31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실직 가장들은 찬바람이 부는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정규직ㆍ비정규직은 물론 자영업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또다시 시련과 고통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세상사 돌고 돈다지만 IMF를 겪은 지 10년 만에 똑같은 일을 당하는 서민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없이 축 처진 어깨와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카락, 우리 아버지들의 곧았던 척추는 구부정해졌고 넓고 단단했던 등은 왜소해졌다. 힘 빠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또다시 보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비록 자신감 있고 당당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세상의 거친 바람에 가족을 앞세우지 않으려는 가장으로서의 고독감과 책임감은 여전히 등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힘들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암울한 전망들 일색이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같은 고통이라도 그 고통이 올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 고통은 덜하게 느껴진다 희망의 끈 놓지 말고 이겨내자 다행스러운 것은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가 완화되면 성장률 하락세도 한풀 꺾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궁즉통’, 막상 부닥쳐보면 살아날 구멍이 생기는 법이다. 내일은 반드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버텨야 한다. 최근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가슴이 찡해지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그럼 실의에 빠진 아버지들은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나. 오늘 저녁 축 처진 모습으로 귀가하는 아버지의 등을 한번쯤 어루만지면서 힘 내시라고 위로의 한마디는 전하는 건 어떨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