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은 23일 지점장급 75명을 비롯해 일반직 96명 등 총 171명을 전보 배치했다고 밝혔다.
통상 씨티은행의 정기 인사는 매해 2월과 8월에 이뤄지지만 올해는 56개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평소보다 일찍 대규모 인사를 실시했다. 사실상 나갈 사람과 남을 사람이 정해졌다는 뜻이다.
씨티은행은 현재 700여명에 이르는 희망퇴직 신청자 가운데 핵심 인력을 붙잡기 위한 퇴직 반려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남는 인원이 조금 더 늘어날 수는 있지만 대규모는 아니어서 추가적인 인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희망퇴직 신청자 대다수는 이번달 말에서 7월 초에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대규모 지점 통폐합에 이어 희망퇴직과 인사까지 내부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직원들의 분위기는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우선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과 남는 직원들 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다.
특히 사측의 위로금이 적정한가를 두고 일부 직원들 간에는 격론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에 기본 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 명목으로 최대 60개월, 즉 5년간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일을 열심히 해도 결국은 손해'라는 박탈감이 적잖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쟁이에게 직장에 남아 일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지만 퇴직금을 워낙 많이 주면서 나타난 씁쓸한 풍광이다.
한편 노조가 제기한 지점 폐쇄 가처분 신청과 희망퇴직 가처분 신청 등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노조의 투쟁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23일부터 연수 참가 거부, 매주 화·목요일 투쟁복 착용 등 투쟁 지침을 하달한 상태이며 7월1일부터는 펀드와 대출, 방카슈랑스 등 신규 상품 판매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또 7월4일에는 조합원 총회를 열어 사실상 일일 파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