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토종 금융사 미약하나마 글로벌 진출 의지

미래에셋 '아쿠쉬네트' 인수… 우리·기업銀 등 해외 지점 개설…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수준은 아직 미약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20일은 국내 기업금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다. 미래에셋PEF(사모투자전문회사)는 휠라코리아와 손 잡고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골프용품 업체 아쿠쉬네트를 12억2,5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예기치 못한 성과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아쿠쉬네트 인수는 지금까지의 인수합병(M&A)과는 차원이 달랐다. 일단 토종 PEF가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라는 점이 부각됐다. 국내에 토종 PEF가 처음 등장한 2005년 이래 국내 PEF가 해외기업 M&A에 성공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두산의 밥캣 인수 같은 대형 M&A는 더러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대기업이 주축이었다. 피인수 기업이 글로벌 넘버원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했다. 아쿠쉬네트는 골프공과 골프화시장에서 세계 1위로 지난해 매출액만도 12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쉽게 말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보다 양적ㆍ질적인 면에서 앞섰다. 이번 딜이 글로벌 기업금융에서 늘 뒤처지기만 했던 국내 금융사의 역량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해외 IB가 먼저 인수제안을 해올 정도로 국내 PEF도 글로벌 PEF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아직은 미약하지만 시도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큰 방향은 다변화다. 국내 가계대출 영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해외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은행 한두 곳을 인수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 회사와 공동출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달 중 중국 쑤저우 지역에 쿤산지행을 열 예정이고 하반기에는 베트남 하노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한다. 우리은행은 아시아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점을 개설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는 현지에서 직접 영업하며 글로벌 전략을 펼치는 사례다. 특히 대부분의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교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반면 HCA는 현지인을 타깃으로 잡았다. HCA는 모기업인 현대ㆍ기아자동차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영업지표가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7년 당시만 해도 자산과 할부금융 비중(인수율)이 각각 39억달러, 18%에 불과했지만 2010년 말에는 자산 82억달러, 인수율은 54%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2009년 600만달러에 머물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6,500만달러를 기록했다. HCA에서 성공을 경험한 현대캐피탈은 독일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캐피털사가 국내시장에서 따먹을 수 있는 파이는 제한적"이라며 "현대캐피탈은 앞으로 해외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도 글로벌 전략이 시작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싱가포르에 재보험사를 설립해 오는 2012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국내 손해보험사가 해외에 재보험사를 직접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싱가포르 재보험사는 해외 거점의 재보험 인수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며 "글로벌 사업확대를 위한 기본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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