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깝고도 먼나라 20C 낡은 유물될것"

■ 정상회담 이모저모김위원장 대신 김영남 공항영접 '눈길' 0.17일 오전9시6분 일본 역대 총리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첫마디는 "좋은 날씨입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일철 국방위 부위원장, 김영일 외무성 부상의 영접을 받은 고이즈미 총리는 "먼길 잘 오셨습니다"라는 김 상임위원장의 인사에 이같이 화답하고 대기 중이던 검정색 링컨 컨티넨털 승용차를 타고 회담장으로 직행. 0.역사적인 북ㆍ일 정상회담이 열린 평양 거리는 회담 당일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 국교가 단절된 나라의 총리 방문이어서인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당시 러시아 국기가 곳곳에서 펄럭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약력과 얼굴 사진을 1면에 게재했으나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0.이날 백화원 초대소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맞이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새 역사 창조를 위해 새벽부터 평양에 와주신 데 대해 기쁘다기보다도 주인으로서 대단히 미안한 감을 느낀다"고 인사. 김 위원장은 이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평양을 방문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가깝고도 먼 나라는 20세기 낡은 유물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과의 첫 대면에 고이즈미 총리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초대해줘서 감사하다"고 간단한 사의를 표시. 0.고이즈미 총리가 순안공항 도착 후 굳은 표정을 지은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 외국 방문 때마다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거나 허리를 가볍게 숙이는 등 '예의'를 갖춰온 고이즈미 총리가 시종 표정을 굳힌 데 대해 일본 언론은 정상회담에 임하는 단호함과 결연함을 북한측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 일본 NHK의 한 해설자는 "머리를 숙이지 않고 시선을 정면에 둔 채 트랩을 내려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한마디. 0.이날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후 김 위원장 등 북한측과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일본 방북단은 따로 점심식사를 취한 뒤 다시 오후 회담일정에 돌입. 당초 양측이 함께 식사를 하며 논의를 계속하는 방안도 제기됐으나 의례행사를 생략하고 실무회담에 주력한다는 인상을 남기기 위해 각자 별도로 식사하기로 정한 듯. 오전 회담 후 김 위원장 등 북한측 대표는 고이즈미 총리 등을 회담장소인 백화원 초대소에 남기고 식사장소로 이동. 0.납치 일본인 11명의 가족들은 이날 도쿄의 중원 제1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긴 역사적 하루"를 맞이하게 됐다며 "고이즈미 총리가 우호가 아닌 교섭을 위해 방북한다고 말한 만큼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면서도 불안한 기색.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납치문제 진전 없이는 국교 정상화 교섭도 없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납치문제에 관한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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