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가 있는 풍경/9월 20일] 길

길- 마종기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는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 들리냐.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물안개에 덮인 집이 불을 낮추고 검푸른 바깥이 천천히 밝아왔다. 같이 저녁을 맞는 사람아, 들리냐. 우리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웠다. 그 놀라운 처음의 새로움을 기억하느냐. 끊어질 듯 가늘고 가쁜 숨소리 따라 피 흘리던 만조의 바다가 신선해졌다. 나는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다. 저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 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리고 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 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김영사刊)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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