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11월은 즐거웠다. 저녁만 되면 강동윤의 승전보가 들려왔다. 이긴 내용도 시원시원했다. 무려 5연승. 강동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그는 신기록을 세우지 못하고 다카오 신지에게 패하여 물러났다. 농심신라면배를 위하여 보류되었던 명인전과 천원전의 결승국이 강동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명인전의 도전권을 따낸 강동윤은 명인 이세돌과 5번기를 다투게 되어 있었다. 천원전 결승5번기의 상대도 역시 이세돌이었다. 그러니까 강동윤은 이세돌을 상대로 10번기를 치르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10번기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 대국은 천원전 제1국이었다. 그 바둑을 강동윤은 흑으로 불계승하였다. 그것이 2008년 11월 중순의 일이었다. 그 한 판만 두고서 강동윤은 농심배를 치르기 위해 부산행 비행기를 탔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강동윤에게 한국기원 기전부에서 연락이 왔다. 천원전보다 명인전 5번기를 먼저 치르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12월 1일 한국기원 1층의 바둑TV 스튜디오. 돌을 가려서 강동윤의 백번이 결정되었다. 흑15는 이세돌의 취향. 한칸 오른쪽에 젖히는 것보다 능률적이라고 보고 있다. 흑17은 적극전법. 참고도1의 흑1로 벌리는 것이 종래의 포석법이었으나 백2, 4면 상변의 백진이 좋아진다. 흑17을 보자 모처럼 강동윤이 3분의 시간을 썼다. "최근에 청소년 기사들은 급전을 좋아합니다."(원성진) 원성진이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14를 사이버오로 생중계사이트에 올렸다. 급전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