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소비에 이어 기업투자까지 살아나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온 ‘고용 없는 성장’ 우려도 신규 실업 청구건수가 줄어들면서 누그러들고 있다.
이미 지난해 4ㆍ4분기에 4.1%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과 이에 따른 소비 확대에 기인한 일시적 반등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특히 저금리로 소비는 늘어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확대 조짐을 보이지 않아 이런 회의론이 더 우세했다. 인플레 우려로 금리인상설이 불거지고 고용상황도 크게 개선되지 않아 투자 심리가 오히려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미 상무부가 27일(현지 시간) 발표한 1ㆍ4분기 성장 내용을 보면 이런 회의론은 기우로 평가된다. 소비 증가세는 당초 예상보다 더욱 견고해지고, 기업들도 가파른 순익 상승에 힘입어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 동안 우려됐던 고유가와 중국 쇼크 여파도 지표 상으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업 투자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성장에는 소비 호조도 한 몫을 했지만 주로 재고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강력한 투자에 기인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재고 증가분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세 중 0.75%포인트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MFC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메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빌 체니는 “비용 절감 등 수익성 개선에만 힘쓰던 기업들이 투자 확대를 통해 게임에 다시 뛰어들고 있어 추가 경제 성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 소비자와 기업 지출이 위축돼 성장이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지만 본격 궤도에 올라선 성장세를 돌려놓지는 못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올 2ㆍ4분기 성장 전망치는 3.5%~4.5% 수준이라는 게 지배적 의견이나 일각에서는 5% 성장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올해 당초 전망치인 4.7% 성장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란 예상에는 큰 이견이 없다. 이 경우 미국은 지난 84년의 7.2%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