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이후에도 정쟁을 일삼으며 국정 혼란을 야기했던 일본의 집권 민주당과 최대 여당인 자민당 사이에 국난 타개를 위한 한시적 대 연정(연립정부) 논의가 급 물살을 타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조기퇴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금까지 "간 정권과는 손 잡지 않겠다"며 연립을 거부해 온 자민당이 대연정에 긍정적 반응으로 돌아섰고, 민주당은 "총리 퇴임 전이라도 대연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선심성 정책공약에 대한 양당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각 당 내부에서 연립에 대한 신중론도 적잖이 제기되고 있어, 아직 성사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이 앞으로의 여야당 협력방안에 대해 지난 5일 "한시적인 연정이 바람직하다"며 "간 총리 퇴임 전에라도 대연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연정의 방식에 대해 "테마와 시한을 정해 여ㆍ야당이 협력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며 연정 기간은 "다음 참의원 선거까지 이어가게 될 수도 있다"며 1년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대연정에 대해 여느 때와 달리 구체적인 언급이 이뤄진 셈이다.
자민당의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간사장도 이날 대지진 피해 복구와 사회보장, 안전보장 등 현안에 대해 민주당과의 정책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대연정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대연정의 새 총리는 집권당인 민주당이 지명한다는 방침에 동조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는 지난 1일 당수토론에서 "간 총리가 사임하면 당파를 초월하는 새로운 체제를 얼마든지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렇게 대지진 피해 복구와 2차 추경예산, 적자국채 발행 등 산적한 현안 타개를 위해 한시적 대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정계에 확산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자민당은 대연정의 전제조건으로 간 총리의 조기 퇴임을 내걸고 있지만 간 총리의 퇴임 시기가 여전히 분명치 않은데다 대연정을 위해 불가피한 민주당의 선심성 정책 폐지 여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1년 이상 연립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자민당은 정책과 예산 관련 법안 등 급한 불을 끈 다음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연립 정권을 끌고 갈 새 총리 후보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 갈등도 대연정 구상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