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잇달아 금융 사고를 일으킨 KB국민은행에 대해 '삼성식 경영 진단' 방식을 도입해 정밀한 검사에 착수한다.
제재를 목적으로 하는 백화점식 종합검사 형태가 아니라 경영 실태를 전반적으로 먼저 점검한 뒤 문제 있는 부분에 집중해 부분검사를 하는 방식이다.
조직 전반에 대해 진단해주는 컨설팅 성격의 검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금감원은 사고가 빈발한 국민은행에 이 방식을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검사 및 제재 혁신 방안을 오는 5월까지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를 활용한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는 삼성그룹의 경영 진단처럼 경영 실태를 면밀히 먼저 점검하고 문제점이 있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계열사 경영에 문제가 보일 때 그룹 차원에서 경영 진단을 한 후 결과에 따라 조직을 수술한다.
금감원은 기존에 2년 주기로 한 달여간 진행되던 종합검사 방식이 금융 환경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2년 주기라는 올가미가 금융회사의 각종 사고나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다 한꺼번에 30~40명씩 검사 인력을 쏟아붓는 선단식 종합검사가 인력 운용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여명을 먼저 투입해 자산 건전성, 경영 체계, 수익성 등 경영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면서 위험 요인을 찾고 부문 검사를 통해 취약 부분을 집중 점검하는 2단계 방식을 상시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새 경영 실태 점검은 30~40명씩 한 달여가 투입되는 종합검사보다 검사 인력과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며 "다만 실태 평가 과정에서 불법 행위 등을 인지한 경우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부문 검사로 전환하는 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이 같은 상시화되고 효율적인 검사 체계가 구현될 수 있도록 조직을 수술했다. 이번 개편에서 신설된 기획검사국은 대형 금융 사고나 다수의 소비자 피해 사례를 인지할 경우 기동팀 형태로 운영되면서 즉각적인 현장 검사에 나선다. 금감원 검사 인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미한 사안은 금융회사가 자체 시정하도록 위임하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기관 및 경영진을 중징계한다.
금감원은 다만 상주검사역제도는 매우 신중하게 운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나 금융사 입장에서도 너무 부담이 클 것"이라며 "아주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최대한 신중하게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